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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3일(金)
나의 눈물 닦아줄 사람은 누굴까… 함께 울어준 그대 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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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고맙소’

힘든 시기를 견디는 방법은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르다. 시신을 옮길 차량이 모자라 길바닥에 관이 늘어섰는데 한쪽에선 베란다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한다. 음악동네의 진단은 이렇다. 정신을 잃어서가 아니라 정신을 지키려는 행위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부르는 건 노래이자 연대감이고 붙잡고 싶은 건 생존의 희망이다.

‘우리 지금 만나(만나)/아 당장 만나(당장 만나)’(리쌍 ‘우리 지금 만나’ 중). 가슴은 뛰어도 달려갈 수 없는 처지다. 고난이 봄을 가로지르고 섰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백설희 ‘봄날은 간다’ 중)는 3월이 다 가도록 ‘집행유예’ 신세다. 사회적 거리를 두라는 권고자막이 TV에서 반복적으로 흐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는 음악동네 차트도 바꿔놓았다. 외로움을 호소하는 노래들이 모바일 상위권을 도배했다. ‘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벌써 나를 잊어 버렸나’(여진 ‘그리움만 쌓이네’ 중). 뜸하던 메신저 단체 방이 ‘밤의 플랫폼’으로 변하더니 ‘자가격리’ 맞춤형 노래들이 기억의 운동장에 수시로 불시착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온 죄수들처럼 음악을 구심점으로 하나둘씩 친구들이 모여든다. 구겨졌던 심리적 거리를 불과 4분 내외에 펼 수 있으니 노래의 힘은 아직도 유효하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해바라기 ‘행복을 주는 사람’ 중).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 ‘파파로티’(2012)에서 주인공 이제훈이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다. 당사자 김호중(사진)은 ‘미스터트롯’(TV조선)에서 ‘트바로티’로 불리며 음악적 전향을 순조롭게 마쳤다. 마지막 인생 곡 경연에선 조항조의 ‘고맙소’를 불렀다. ‘세상이 등져도/나라서 함께 할 거라고/등 뒤에 번지던/눈물이 참 뜨거웠소’. 소년의 눈물을 닦아준 사람은 방황할 때 등불이 돼준 서수용 선생님(영화에선 한석규)이다. 질풍노도와 작별한 청년은 보은을 노래에 담아 오롯이 은사님께 바쳤다.

‘미스터트롯’ 최후의 7인을 찬찬히 다시 보니 작은 거인 김수철의 데뷔곡 ‘일곱 색깔 무지개’(1984)가 연상된다. ‘비가 개면 나타나는 일곱 색깔 무지개/해가 지면 사라지는 일곱 색깔 무지개’. 비 갠 후 화려하게 떴지만 해 지면 사라질지 모를 운명인데 어느 빛깔이 으뜸인가 따지는 건 이제 실없다. 조언하자면 1등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1등급을 유지하려 애쓰라는 거다. 그러려면 일상에서 성실하고 무대에서 진실해야 한다. 노래 잘하는 건 감탄에 머물지만 진심을 전하는 건 감동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 우승자의 이름이 임영웅이라서 영웅설화가 이따금 머리를 스친다. 영웅의 탄생, 역경, 성취의 여정 중엔 반드시 조력자가 있다. 7인의 인생 곡이 저마다 자신을 키워준 부모와 선생님께로 향한 건 당연한 귀결이다. 최연장자인 장민호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바친 곡은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다. ‘누구나 웃으면서 세상을 살면서도/말 못할 사연 숨기고 살아도/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당신 앞에 멍하니 서 있네’. 최연소자인 정동원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애창곡으로 사람들을 울렸다. ‘멀리 가버린 내 사랑은/돌아올 길 없는데/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 울어/검은 눈을 적시나’(배호 ‘누가 울어’ 중).

나이 먹는다고 세상을 다 아는 건 아니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조항조 ‘고맙소’ 중). 스물네 살 ‘찬또배기’ 이찬원의 인터뷰가 그래서 여운을 남긴다. “(최종발표) 결과가 늦춰지면서 앞으로 (동기들과) 며칠 더 함께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좋았단다. 보석보다 보약이 낫다는 걸 알면 행복도 그만큼 커진다. ‘아아아 사는 날까지/같이 가세/보약 같은 친구야’(진시몬 ‘보약 같은 친구’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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