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최첨단 ICT 기술·드론 동원… 24시간 ‘대형산불 최전선’ 지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종호 산림청장(맨 오른쪽)이 지난달 31일 강원 강릉 동해안산불방지센터를 방문해 산불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중앙정부·지자체 공조 ‘동해안산불방지센터’

산림청·소방청·기상청 등서
파견 인력 22명 3교대 근무
고성∼삼척간 220여㎞ 감시
산불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
진화 인력·헬기·차량 통제

2일 오후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강원도동해안산불방지센터 산불 상황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벽면의 대형 산불 상황 모니터에는 동해안 6개 시군이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고성, 속초, 양양, 강릉, 동해, 삼척으로 이어지는 220여㎞ 길이의 이 벨트는 국내에서 대형 산불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이다. 청명·한식이 끼어 입산객이 많아지는 주말을 앞두고 건조주의보가 발령됐고, 풍속도 강해진다는 예보가 내려진 상황. 연중 동해안 대형 산불위험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인 만큼 상황실 분위기도 긴박할 수밖에 없다. 소기웅 동해안산불방지센터장은 “지난달 15일부터 대형 산불 특별대책 기간이 시작된 이후 언제 순식간에 대형 재난이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전 직원이 24시간 교대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산불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동해안산불방지센터는 재난성 대형 산불과의 전쟁에서 최전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지난 2018년 11월 전국 최초의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산불협업기관으로 출범했다. 대형 산불이 빈발하는 강원 동해안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관 간 공조체계 유지, 협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산림청, 소방청, 기상청, 강원도, 국립공원공단 등에서 파견된 인력 22명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한다. 산불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피해면적이 100㏊를 넘는 대형 산불이 동해안 6개 시군에서 발생하면 상황을 접수, 전파, 관제하면서 현장통합지휘본부를 보좌하게 된다. 11개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지상 진화자원 4100여 명도 통합 관리하고 헬기, 차량, 기계화 진화시스템 장비 투입도 통제한다.

강원도는 최근 10년 연평균 426㏊의 산림이 산불로 소실되는 대표적 산불 위험지역이다. 지난해 3000㏊가 불에 타 전국 산불 피해면적(3254㏊)의 92.1%를 차지했다. 2018년에도 전국 피해(894㏊)의 75.4%(674㏊)가 강원지역에서 발생했다. 1998년 이후 20년간 발생한 대형 산불 36건 가운데 50%가 강원 동해안에서 발생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험준한 지형 특성과 소나무가 많은 침엽수형 산림, 푄 현상으로 인한 높새바람과 돌발성 강풍이 부는 봄철 기후 등은 조그만 불씨를 초대형 재난으로 키울 수 있는 악조건들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월 강원 양양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야간까지 이어져 타고 있다. 산림청 제공

동해안산불방지센터는 설립된 지 17개월밖에 안 된 신생 기관임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4월 양양, 고성· 속초, 강릉·동해를 덮친 3차례의 대형 산불 대응 과정에서 일원화된 컨트롤타워로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 2000년 삼척산불 당시 150분이 걸렸던 대책본부 설치 시간이 지난해 고성산불 당시는 76분만 소요됐다. 2배가량으로 빨라진 대응 덕분에 진화에 필요한 인력, 장비 투입이 더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됐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산림청은 강원 동해안 벨트를 사수하기 위해 산불 방지 역량과 자원을 총력 투입하고 있다. 드론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동해안 산불 감시망 구축과 함께 1700명의 감시원과 500여 명의 전문예방진화대원을 동해안 일원에 배치했다. 강릉과 원주에 초대형 진화 헬기 2대를 각각 배치하는 등 헬기 9대, 진화 차량 77대를 골든타임 내에 출동할 수 있도록 상시 대기시키고 있다. 산불 진화용 도로와 방화선 역할을 하는 산불 방지 임도 65㎞를 올해 신설하고, 100㎞는 노폭 확대를 추진 중이다.

산림에서 주택으로 산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이격 공간을 두고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산불안전공간 사업과 내화수림대 조성 사업도 이 지역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소방청과 협력해 대형 산불 위험 고조 시 전국 소방차의 10%인 300대를 동해안에 사전 배치하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재난성 대형 산불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관 간 협업 조치다. 고성, 철원, 양구, 화천 등지의 비무장지대(DMZ)발 산불 조기 대응을 위해 가칭 ‘DMZ 산림항공관리소’ 신설도 추진 중이다.

강릉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