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지자체와 재원분담 조율 ‘진통’ 겪을 듯… 서둘러도 내달 중순 이후에야 지급 가능”

언제, 어떻게 지급되나

소요 예산 9조1000억 추정
예산 구조조정 통해 7조 마련
나머지는 2차 추경통해 보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마련한 긴급재난지원금은 빨리 서두른다 해도 5월 중순 이후에나 지급될 전망이다. 또 소요 재원은 중앙정부가 80%, 지방정부가 20%를 부담하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어 이를 조율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3일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소요 예산은 약 9조1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앞서 정부는 이 비용을 기존 예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7조1000억 원을 마련키로 하고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현재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의 올 1분기 미집행 사업예산을 포함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추진이 어렵거나 시급하지 않은 항목 예산을 파악하는 지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각 부처의 가용 예산이 확정되면 본격적인 2차 추경 편성이 시작되고 4·15 총선 이후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2차 추경안을 통과시켜 긴급재난지원금을 나눠줄 방침이다.

코로나19가 미치고 있는 부정적 파급효과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 내 갈등 없이 추경안이 통과될 경우 5월 중순쯤 지원금 집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요 예산의 나머지에 해당하는 2조 원을 마련하기가 녹록지 않다. 이 예산은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데,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지방정부가 재정난을 이유로 20% 부담을 거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가 가장 큰 대구시의 경우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서민 생계를 위해 시 예산 3270억 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앞으로도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와 감염병 전담 관리 병원에 들어가는 경비도 시 자체 예산으로 부담해야 해 사실상 정부의 재난지원금 부담액을 떠안을 형편이 못된다.

긴급민생자금 100만 원씩 총 1856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기로 한 부산시는 정부의 재난지원금까지 분담하려면 추가로 1450억 원이 필요하다. 인천시는 경상비로 지출되는 공무원의 비법정급여와 수당까지 조정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이미 1인당 1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경기도는 정부 재난지원금을 분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신속하게 집행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예산 부담을 떠안아야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방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조율을 시도하겠지만 결국 모든 재정 부담은 정부가 져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을 뺀 나머지 광역단체들이 재난지원금 20%를 부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자체의 부담도 결국 정부가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난기본소득 등을 도입한 지자체 대부분의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 미친다. 전남 25.7%, 강원 28.6%, 전주 31.0%, 경남 40.5%에 그치고, 대구와 경기는 각각 51.6%, 68.4%이다.

박정민·지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