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치적 자랑하려다 ‘김칫국 조롱’ 당한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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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 4000여 명이 한·미 동맹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강제 무급휴직에 들어간 지난 1일,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인상률도 현재 10억 달러 수준에서 ‘10%+α’ 정도로, 30억∼40억 달러 증액을 요구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완승’한 것처럼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이끌어낸 것이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처럼 포장되기도 했다.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한국기업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사전 승인했다는 홍보와 함께 정부의 ‘코로나 방역 모범국가’ 자화자찬 시리즈 후속편이었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진실이 드러났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2일 ‘김칫국 마시다’라는 문장이 적힌 사진을 리트위트했다. 협상이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한국 정부가 SMA 협상 잠정 타결 소식을 의도적으로 흘린 데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조롱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클라크 쿠퍼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도 이날 브리핑에서 “SMA 협상은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합의가 이뤄진다면 공정한 합의여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에 분담금으로 요구한 30억∼40억 달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에 조롱까지 당한 이번 사태는 여권 핵심 관계자가 사석에서 일부 친여 언론 매체에 희망 사항을 흘린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총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외교·안보 문제인 SMA까지 이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