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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논단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3일(金)
이대로는 제2 천안함 폭침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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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권 국가위기관리포럼 공동대표 前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

지난달 27일 제5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 때 천안함 용사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 누구 소행입니까?” 하고 던진 질문은 국민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오직 정치적 이익만 좇아, 위국헌신 영웅을 홀대하는 국가에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제사회의 장기적 제재의 기정사실화와 난관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지금 북한은 현상 타파용 대남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이다. 예정된 국가 위기가 코앞에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 본다.

첫째, 국가 위기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북한의 위협을 놓고 이념과 정파에 따라 인식과 태도가 다른 현실에서 국민적 합의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주권 보호와 국민 안전을 위해 국민적 합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외부 위협에 눈감고 집안싸움에 몰두하다 삼전도 굴욕, 한일합병, 6·25전쟁과 같은 재앙을 당한 부끄러운 역사는 결코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

둘째, 각급 제대별 책임과 임무를 명확하게 재설정해야 한다. 제대별 책무의 모호성과 한계로 인한 참화(慘禍)를 오롯이 감내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합참은 2009년 대청해전 승리 이후 북한 잠수함의 아군 함정 공격 유형을 상정한 전술 토의를 통해 대비책을 마련하고도 적극 이행하지 않았다. 즉, 적 잠수함 첩보 수집, 미식별 잠수함 추적 분석, 음영지역 작전 취약성 대책 이행 관련 부대(부서)의 자기 책무 소홀로 천안함 폭침을 예방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한·미 간 위기 인식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국가별로 핵심 이익과 대외 정책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도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이 우리에겐 위기이나, 미국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푸에블로호 납치, 8·18 판문점 도끼 만행,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처럼 미국의 이익과 대외 정책 구도가 침해받을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양국 간 위기 인식 차이를 이해해야 한·미 동맹과 연합 위기관리 체제도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 주술적(呪術的) 자주에 현혹돼 없는 동맹도 만들어야 할 판에 있는 동맹도 허물다간 봉변할 수 있다.

넷째, 한·미·일 군사정보 협력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 국가 위기 때 신속한 상황 판단과 대응 전략 수립 및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함에 있어 정확한 정보는 나침반과 같다. 천안함 폭침은, 당시 군에서 북한의 기도·오판 또는 예측을 하지 못해 기습당한 정보 실패 사례다. 다양한 정보 수집 자산 운영과 출처별 첩보 통합을 거친 정확한 정보 생산과 제공은 전승의 요체다. 따라서 지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카드는 무모하고 위험한 선택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으로, 군의 기강 확립과 신상필벌이다. 지난해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 이후 제주 해군기지, 수방사 예하 부대 등의 민간인 침투는 군의 처참한 경계 실패다. 늑장 대응, 상황·지휘 보고 지연·누락 행태가 아파트 경비 시스템만도 못하다고 비판·질책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의 문책은 형식에 그치고, 실무급 위주로 징계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지휘관의 임기는 보장돼야 하지만, 작전의 반복 실패자까지는 곤란하다. 추상같은 군 기강 확립과 엄정한 신상필벌은 강한 군대 육성의 초석이다.

정부가 북한의 끊임없는 탄도미사일 등 도발에도 침묵하는 상황에서 잇단 군의 경계 실패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발적인 군사 대비태세 허물기를 멈추고, 장차 위기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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