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육·해·공 전방위 기강 붕괴, 軍지휘 책임부터 물어야

전투기 조종사들이 비상 출격 대기실에서 술판을 벌인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 공군이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종사 16명이 음주 행위를 한 것은 지난해 8월 말이나 9월 초라고 한다. 그런데 올 2월쯤 신고가 접수된 후에야 조사가 진행됐다. 쉬쉬했거나 관행으로 여겼거나 둘 중 하나인데, 어느 쪽이든 심각한 기강 해이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한·미·일 관계가 냉각되고,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을 일삼고 북한은 탄도미사일 도발을 반복하던 위기 상황이었다.

이런데도 수도권 영공을 책임지는 수원 제10전투비행단 소속 조종사들이 술판을 벌인 것은 군인의 임무를 망각한 행위다. 공군뿐만이 아니다. 육군에선 지난 3월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기지가 50대 취객에게 뚫린 사건이 발생했다. 해군에선 연초부터 70대 노인의 경남 진해 해군기지 무단 배회 사건, 시위꾼의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 절단 및 무단 침입사건 등이 잇달았다. 지난해 6월엔 군이 까맣게 모르는 상태에서 북한 어민들이 귀순용 어선을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시킨 사건도 발생했다. 육·해·공 모두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집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사건 때마다 통렬한 반성을 얘기하면서 특단의 대책을 약속했지만 빈말에 그쳤다. 이번엔 친정인 공군에서 술판 사건까지 벌어졌다.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일벌백계(一罰百戒) 차원에서 지휘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 단순히 한 부대의 일탈이 아니라 3군 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정 장관부터 경질해야 한다. 그러잖으면 결코 군기(軍紀)를 바로 세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