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20.5.31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사회일반
[사회]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4일(土)
몸캠피싱 피해男 “호기심에 ‘영섹’ 보냈다가 죽을만큼 괴로웠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입금을 요구하는 몸캠피싱 가해자 [김진호(가명)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상이) 유포됐으면 주위에서 저를 어떻게 봤을까요? ‘죽어야 하나, 평생 숨어 살아야 하나’ 생각도 했어요.”

물류업에 종사하는 김진호(가명·38)씨는 ‘몸캠피싱’ 피해자다.

몸캠피싱은 카카오톡 영상 통화 등을 통해 피해자의 음란 행위를 녹화한 뒤 이를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금품 등을 요구하는 사기.

지난 1일 경기도 한 공원에서 만난 김씨는 “돌이켜보면 스스로 자책하게 된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다”며 이야기를 털어놨다.

몸캠피싱의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페이스북 한 친목 그룹에 가입해 온라인 속 지인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몸이 안 좋아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했다. 그런 생활이 너무 외로웠다”고 말했다.

친목 그룹 가입 이후부터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들어오는 친구 요청이 급증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갑자기 친구 요청을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인가 궁금해 들어가 봤어요.”

친구 요청한 회원의 페이지에는 ‘카카오톡으로 친구처럼 연락을 주고받을 사람을 찾는다’는 게시물이 여성 프로필 사진, 카톡 아이디와 함께 올라와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카톡 메시지를 보내 대화를 주고받던 중 상대방은 ‘영섹(영상통화를 통해 서로 자위하는 모습을 공유하는 행위)’을 제안했고, 김씨는 얼떨결에 승낙했다. 몇 번의 영상통화 뒤 상대방은 김씨에게 “영상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음성 파일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일 설치 요구를 계속 거절하자 상대방은 돌변했다. 상대방은 ‘지금까지의 영상이 모두 녹화됐으며, 이를 삭제하려면 80만원을 보낼 것’을 김씨에게 요구했다.

김씨는 “갑자기 협박을 당하니까 ‘만약 유포되면 나의 사적인 인간관계가 전부 끝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몸캠피싱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주로 여성인 척 가장해 남성 피해자로부터 신체가 찍힌 영상을 받아낸 뒤 그 영상을 빌미로 금전적인 협박을 하는 방식이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 김현걸 대표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작년까지 발생한 몸캠피싱 피해 건수는 1만3천∼1만4천건 선”이라며 “피해자의 90%는 남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기관과 작업을 해보면 가해 IP가 90% 이상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몸캠피싱은 사실상 뿌리가 뽑히지 않는 끈질긴 디지털 범죄”라고 덧붙였다.

김씨도 곧장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했지만 경찰로부터 ‘몸캠피싱 가해자들을 추적해보면 중국 쪽 IP가 나오고 (현지) 당국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처벌하기 어렵다’는 답변밖에 받지 못했다.

김씨는 피해 당시 느낀 공포감이 이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길을 걷다가 다른 사람들이 그냥 웃으면서 지나가도 ‘내 알몸 영상을 보고 비웃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는 피해 이후로 주말 내내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다른 색으로 염색했다. 혹시라도 영상이 유포돼 불특정 다수가 자신을 알아볼까 하는 공포감 때문이었다.

공포감을 유일하게 털어놓은 상대는 친형이었다. 돌아온 대답은 ‘돈 안 줬으니 괜찮다. 혹시 유포돼도 남자 몸이라서 괜찮다’는 말이었다.

김씨는 “한편으로는 위안도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치스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며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보는 시각이 몸캠피싱 피해자들을 더 위축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저는 남성 피해자이기 때문에 수치심을 여자보다 덜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남자도 신체가 드러나는 영상이 유출되면 수치심을 느껴요. 제가 그렇고요.”

성폭력 상담업체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남성이 주로 피해를 보는 몸캠피싱은 온라인범죄나 사기 피해로 구분돼 협박죄, 명예훼손죄, 음란물유포죄와 같은 법률을 안내해주는 선에서만 도움을 주는 데 그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 이후로 평소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성인 영상물 같은 것을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거기 나오는 여성들이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끔찍해서 도저히 못 보겠어요.”

이번 ‘n번방’ 사건 피해자들 심정에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SNS에 노출하는 ‘일탈계’ 계정을 이용한 일부 피해여성과 관련, “애초에 피해자가 잘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피해자가 죄책감을 가질 일이 아니다”라며 “실제 당해보니 가해자들이 작정해서 사냥하듯 달려들면 일반 사람은 당해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효림 활동가는 “사이버 성폭력,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할 때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을 씌우고 피해자다운 피해자에게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 ‘n번방’ 속 ‘일탈계’ 피해자나 몸캠피싱 피해자들은 ‘네가 좋아서 시작하지 않았느냐’는 시선에 상처를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 활동가는 “이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 생긴 폐해이며 제도적으로나 인식을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
▶ 어린 두 남매는 사망, 엄마는 중태…그 집에 무슨 일이
▶ 쿠팡에 525차례 빈 포장만 반품…2천만원 챙긴 30대
▶ 이용수 할머니 회견문 현장서 바뀌었다…“뒤늦게 알고 역..
▶ UFC 맥그리거, 실바의 ‘체급 무시’ 슈퍼파이트 도전 수락
▶ ‘부부의 세계’ 한소희 “불륜녀 악플로 타격? 전혀 없어”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비무장 흑인 살해 혐의 美 경찰 아..
백악관 한때 봉쇄… 미 전역서 나흘째..
시·시장 SNS 간 내용·게재 시간 달라..
주호영 “윤미향 국정조사·국민 퇴출운..
운전면허 감독관 뽑는 시험서 커닝…..
topnew_title
topnews_photo 2차 대유행 우려 속 트럼프는 대선 염두 ‘경제 정상화’에 몰두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지난 24일 자 지면은 인상적이면서도 강렬했다.신..
mark어린 두 남매는 사망, 엄마는 중태…그 집에 무슨 일이
mark이용수 할머니 회견문 현장서 바뀌었다…“뒤늦게 알고 역정”
동거녀에 미움받는 딸 한국 데려와 살해…중국인 ..
전학년 등교수업앞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불안’
호남판 ‘남북대결’ 어른…이낙연 질주에 정세균계 ..
line
special news ‘부부의 세계’ 한소희 “불륜녀 악플로 타격? 전혀..
‘부부의 세계’서 완벽연기로 스타덤 한소희“배역보다 저 좋다는 댓글에 뿌듯”“‘여다경은 싫지만 한소희는..

line
미 스페이스X,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민간 탐..
“내가 왜 성노예냐”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무슨 이..
쿠팡에 525차례 빈 포장만 반품…2천만원 챙긴 30..
photo_news
소렌스탐, LPGA 2부 투어에 6천만원 기부
photo_news
‘모터 없어도’ 키움 김혜성, 시즌 첫 사이클링히..
line
[Review]
illust
“재심은 부담스럽다” 한명숙… 韓 부자 5위로 올라선 김범수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편의점 알바서 가요계 ‘영웅’으로… 듣는 이에게 행복 주는 ‘감..
topnew_title
number 비무장 흑인 살해 혐의 美 경찰 아내 “이혼 ..
백악관 한때 봉쇄… 미 전역서 나흘째 폭력..
시·시장 SNS 간 내용·게재 시간 달라 혼선…..
주호영 “윤미향 국정조사·국민 퇴출운동 벌..
hot_photo
‘투명보호복 속 비키니’ 간호사 응..
hot_photo
‘담벼락 뚫고 하이킥’ 주차 승용차..
hot_photo
S.E.S 슈, 3억4천만원대 ‘도박 빚..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