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 ‘코로나 충격’>“兆단위 중계권료 날아간다” EPL 등 빅리그 취소 않고 연기 거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1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파워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레스터시티의 골키퍼 카스페르 슈마이켈이 첼시의 슈팅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렸으나 골을 허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PL 매시즌 2조5262억원 계약
시즌 마쳐야 중계권 분쟁 피해
英언론 “정부와 ‘6월 무관중’ 합의”
伊축구협회 “10월 종료도 해법”

NBA·MLB 美서도 연기 거듭
포브스 “북미하키 등 3大 리그
TV광고 수입 1조2000억원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주요 프로스포츠가 ‘올 스톱’ 됐다. 일부 리그는 5월 재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재개를 무기한 연장했다.

벨기에 프로축구는 지난 3일(한국시간) 2019∼2020시즌을 조기에 끝냈다. 이에 따라 이른바 ‘벨기에 모델’을 따를 수도 있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빅 리그는 ‘취소’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벨기에리그가 팀당 1경기씩만을 남겨뒀기에 조기 종료는 의미가 없다. 게다가 조기에 종료하게 되면 엄청난 방송 중계권료 분쟁이 불가피하다.

연기에 또 연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13일 프리미어리그는 4월 3일까지 일정을 중단한 뒤 다시 4월 30일까지 중단을 연장했다. 그리고 지난 3일엔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무기한 연장을 결정했고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무기한 연장을 선언했다.

취소 대신 무기한 연장은 프로리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프리미어리그는 스카이스포츠, BT스포츠, 아마존 등에 2019∼2020시즌부터 3시즌 동안 중계권료로 50억 파운드(약 7조5816억 원)를 받기로 했다. 시즌 평균 16억6600만 파운드(2조5262억 원)다. 프리메라리가는 텔레포니카, 미디어프로 등과 2019∼2020시즌부터 3시즌 동안 34억 유로(4조5382억 원), 시즌 평균 11억3300만 유로(1조5123억 원)에 중계권을 계약했다.

역시 무기한 연장된 미국프로농구(NBA)는 ABC, ESPN, TNT 등과 2016∼2017시즌부터 9시즌 동안 240억 달러(29조6640억 원), 시즌 평균 26억6700만 달러(3조2964억 원)에 계약했다.

개막이 불투명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ESPN, TBS, FOX 등에 2014시즌부터 8시즌 동안 124억 달러(15조3264억 원), 시즌 평균 15억5000만 달러(1조9158억 원)에 중계권을 넘겼다. 이 중계권료는 자국 방송사, 기업들과의 계약을 합산한 것이다. 해외시장을 포함하면 중계권 수입은 더욱 많이 늘어난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해외 중계권료가 국내 규모(3시즌 50억 파운드)에 맞먹는 42억 파운드(6조3685억 원)에 달한다.

미디어, 장비의 발전 덕분에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스포츠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방송 중계권료는 큰 폭의 상승을 거듭했다. 리그가 구단에 배분하는 중계권 수입 역시 크게 늘어났고, 이에 따라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천문학적인 중계권료가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중계권을 확보한 방송사 등이 경기 중계방송을 하지 못하면서 광고 수입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는 최근 “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MLB 등 3대 리그의 TV 중계 관련 광고 수입이 10억 달러(1조2000억 원)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포브스는 광고 판매 및 분석회사인 미디어레이더에 분석을 의뢰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인 3월부터 5월까지 미국 전국 방송 기준 NBA와 NHL, MLB 경기 중계를 통해 판매된 광고 액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지난해 3월부터 5월 사이 NBA 중계에서 창출된 광고 수익은 8억3900만 달러였고 NHL은 1억2000만 달러, MLB는 6000만 달러였다. NBA 중계 광고 수익이 MLB를 압도하는 건 이 기간 플레이오프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NBA, NHL, MLB로 인한 광고 수익이 없다. 물론 경기 중계 대신 편성된 프로그램의 광고 수익이 있겠지만, 원래 기대했던 수익과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하면 중계권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계속 연장, 또 연장, 그리고 무기한 연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시즌을 오픈해야 하기에 계속 미룰 순 없다.

영국 매체 미러는 “프리미어리그 TV 중계권 계약에 따르면 올 시즌 종료 ‘한계점’은 7월 16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프리미어리그가 이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 방송사 혹은 중계권 보유 기업이 프리미어리그에 7억6200만 파운드(1조1554억 원)에 달하는 중계권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프리미어리그의 종료 시점은 5월 17일이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리그가 무관중 경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역시 중계권료 때문이다. 무관중으로 리그를 재개하면 입장권 수입은 포기하더라도, 중계권료 환불 등의 분쟁을 피할 수 있다.

미러는 6일 오전 “프리미어리그가 영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오는 6월부터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기로 정부와 잠정 합의했다”면서 “경기장에 올 수 없는 팬들을 위해 중계방송 채널을 늘려 보다 많은 경기가 생중계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고 전했다.

유럽축구는 대개 8월 중순 다음 시즌이 개막되지만 지금으로선 다음 시즌조차 MLB처럼 연기될 가능성이 짙다. 이날 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알렉산더 세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9월, 10월엔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등 클럽대항전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잔여 일정을 포기하는 것보단 무관중 경기로 중계방송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가브리엘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협회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라비나 회장은 이탈리아 매체 풋볼이탈리아를 통해 “세리에A를 10월에 종료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며 “이번 시즌을 끝내야 다음 시즌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