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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7일(火)
DJ, 총선 지고 절치부심 ‘정권 재창출’… 朴, 국민경고 무시해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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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대통령, 정권 중반 치러진 선거와 후반기 국정운영

노무현 탄핵 역풍에 총선 기사회생, 지방선거 참패로 심각한 레임덕… MB, 지방선거 패한뒤 친서민·동반성장 카드

文, 총선 이기면 개혁 밀어붙이겠지만 권력다툼 불보듯… 패하면 국정동력 급속 상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나 전국단위 지방선거는 정권이나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유권자의 중간 평가이자 심판 성격을 갖는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미래에 대한 투자 성향이 강한 ‘전망적’ 투표이지만, 국회의원 총선거나 지방선거는 정권에 대한 정치적 심판, 혹은 지지를 담은 ‘회고적’ 투표 성격이 강하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거푸 3연승을 한 더불어민주당과 현 집권 세력이 이번 총선까지 이길 경우 한국 정치 역사상 첫 4연승을 기록한다. 이는 한국 정치 지형이 현 집권 세력인 진보 진영 우위로 확고히 자리 잡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총선은 대통령 집권 2년 차 말에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 선거(off-year election)’와 비슷한 효력을 띤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4년 중임제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대통령 집권 2년 뒤 중간 선거를 실시, 연방 하원의원을 모두 새로 뽑고 상원의원 중 3분의 1을 교체한다.

오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도 유사한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현 정권의 정책을 평가하는 선거이자 앞으로 남은 2년 임기의 정책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도 이는 증명되는데,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는 중간 선거 결과에 따라 크게 좌우됐다. 중간 선거에서 선방하거나 승리했을 경우 안정적 후반기 국정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대체로 역대 대통령은 중간 선거를 계기로 급속히 힘이 빠지는 상황에 직면한 경우가 더 많았다. 예상 밖의 참패를 했을 경우 정권 재창출 실패, 더 나아가 ‘탄핵’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탄핵’까지 연결된 총선 패배 =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 원인을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집권 만 3년이 지난 2016년 4월 20대 총선 참패 이후 정권의 힘이 급속도로 빠졌다는 것이 대체로 일치된 견해다. 당시 여권에서는 ‘어중이떠중이 모인 200석보다는 진박(진짜 친박근혜) 150명이 더 낫다’, 심지어 ‘과반이 안되더라도 비박(비박근혜)계는 털고 가야 한다’는 청와대발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았다. 당시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는 선거 승리는 물론 과반 획득을 기정사실화한 전제에서 차기 구도를 염두에 둔 여권 내 권력 장악까지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 데 그쳐 123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1당까지 내줬다. 중도를 지향한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의당이 38석을 얻는 등 범보수 진영을 따져도 과반 획득에 실패한 참패였다.

패배의 결과는 처참했다. 이후 사실상 레임덕에 직면한 박 전 대통령은 결국 임기를 미처 마치지 못하고 ‘탄핵’됐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이후 박근혜 정부가 여전히 표심에 드러난 정권에 대한 분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허우적대다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는 그 자체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자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국민의 경고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선거 지고 ‘친서민’ 내놓은 MB =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두 차례 총선과 한 차례 지방선거를 치렀다.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 총선은 말 그대로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시 한나라당은 153석을 얻었고 보수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유선진당이 18석, 친박연대가 14석을 얻어 사실상 ‘보수’가 진영 대결에서 진보를 압살한 선거로 기록됐다. 당시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치며 이명박 정부의 ‘독주’체제가 꾸려졌다. 하지만 2년여 뒤 치러진 지방선거는 완전히 달랐다. 집권 2년 4개월이 지나 정확히 중간 선거 개념으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6곳의 승리에 그쳤다. 민주당은 7곳에서 승리했다. 2년을 절치부심했던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계기로 보다 강경한 대여 행보를 이어갔다.

이명박 정부는 선거 패배 이후 국정 기조의 변화는 없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곧바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40대 국무총리 후보로 내세웠고,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친서민·중도실용’을 국정 기조로 전면에 걸었다. 이후 국민 70%에 대한 영·유아 양육비 지원, 보금자리주택,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등 ‘친서민’ 정책을 줄줄이 내놨다. 하지만 김 전 지사의 총리 지명이 결국 ‘참사’로 끝나고 중도실용 정책들도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 전 대통령은 취임 4년째에 접어들며 ‘동반성장’ 카드를 새로 꺼내 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5년 차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세워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어 127석에 그친 민주통합당에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당시 승리는 이미 청와대에서 당으로 권력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옮겨간 상태에서 ‘미래 권력’인 박 전 대통령이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상돈 의원, 이준석 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등을 영입하며 거둔 승리였다.

◇총선으로 기사회생 노(盧), 지방선거로 레임덕 =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만 2년이 갓 지난 2004년 4월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집권 세력의 분당, 지지층 이탈, 보수 진영의 집요한 공격에 직면했던 노 전 대통령은 총선 승리로 기사회생한 뒤 ‘개혁’으로 방향타를 잡았다.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청산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개혁 등 이른바 4대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노무현 정부의 공세에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이 극심한 이념 대치 상황에 직면했고, 그 와중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은 연전연패했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 전북 단 1곳에서만 승리했다. 한나라당이 12개 광역단체장을 가져갔다. 기초단체장까지 따져도 한나라당이 155곳, 민주당 20곳, 열린우리당 19곳, 국민중심당 7곳, 무소속 29곳으로 전체 3분의 2 이상을 한나라당이 싹쓸이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대연정 제안을 내놓았지만, 야권에 의해 묵살되면서 심각한 레임덕에 빠졌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연쇄 탈당하는 등 여당에서도 버림받는 상황이 돼 버렸다.

◇총선 패배 후 절치부심 =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패했다. 당시 김종필 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과 공동정부를 꾸렸음에도 전면적인 선거 공조에 실패, 새천년민주당 115석·자민련 17석에 그쳤다. 반면 한나라당은 과반(총 의석 273석)에 4석 모자란 133석을 획득, 제1당을 차지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총재를 겸했던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5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해 주요 국사를 대화 속에서 추진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성의와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에서는 2000년 총선 패배가 결과적으로 김 전 대통령에게는 ‘독’이 아니라 ‘득’이 됐다는 평가다. 당시 한나라당이 1당을 차지한 뒤 마치 이미 정권을 빼앗아 오기라도 한 것처럼 ‘오만’해진 반면, 김대중 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상황처럼 절박하게 정권 재창출을 염두에 두고 향후 국정 운영을 꾸려 갔다는 분석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청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서 발언에 앞서 착용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문(文), 총선 이후 미래 권력과 대결 불가피 = 오는 15일 중간 선거를 맞이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국정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 등 주요 개혁 과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다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며 “단, 이제는 더 이상 여당 내 차기를 꿈꾸는 주자들이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1당이 되거나 범진보 진영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여당의 뒷받침을 동력으로 국정 운영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갈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여권 내 권력 다툼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이제 다음 대선 때까지 남은 주요 정치 일정은 없다”며 “차기 주자들은 결국 언제, 어떻게 문 대통령과 맞서거나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래통합당 등 야권이 승리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힘’은 급속도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은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많은 비판을 받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문 대통령은 거국 내각 구성 등 ‘협치’를 강요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문 대통령을 넘어서야 차기 권력을 움켜쥘 수 있다는 판단이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바로 레임덕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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