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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7일(火)
“태극기의 뜻과 정신, 비보잉으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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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한 장면으로, 태극기 이미지를 살렸다. 디퍼는 각 영역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공연에 총안무감독으로 참여했다. 왼쪽 위 사진은 프리즘 멤버들이 춤을 추는 모습. 서울시·프리즘 제공

- 용산 전쟁기념관서 ‘유산’ 상설공연 앞둔 디퍼· 홍텐

비보이 세계대회서 한국인 첫 우승
‘젓가락’ ‘홍텐 프리즈’등 세계 인정

디퍼,전국체전 최연소 안무감독 역임
“배틀에 갈 때마다 태극기 챙겨다녀”
크루 ‘프리즘’과 3·1절 영상 제작도

홍텐, 비보이 전설이지만 아직 현역
“한국, 브레이크 댄스 분야 최상위권
파리올림픽 정식종목 채택되면 출전”


국내 대표적 비보이(b-boy) 디퍼(Differ·본명 김기헌·아래 왼쪽 사진)와 홍텐(Hong 10·김홍열·오른쪽). 올해 36세인 두 사람의 비보잉(b-boying) 이력은 말 그대로 화려하다. 지난 2002년 UK 비보이 챔피언십(UK B-boy Championship)에 ‘프로젝트 코리아’라는 팀으로 참가해 한국인 최초로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 뒤 두 사람은 따로 또 같이 국내외 무대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과시해왔다. 디퍼는 공중에서 그대로 떨어지는 동작인 ‘젓가락’을, 홍텐은 물구나무 동작을 멈추며 독특한 자세를 취하는 ‘홍텐 프리즈(freezes)’를 세계 첫 동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역 비보이지만 각종 세계 대회 심사 위원으로 초대받고 있다.

두 사람을 만난 것은 ‘3·1절을 기억하며’라는 영상 때문이었다. 젊은이들이 한복을 입고 브레이킹(브레이크 댄스)을 하며, 가야금과 아쟁 선율에 힙합을 부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영상을 만든 브레이킹 크루 ‘프리즘(FRZM) 무브먼트’를 찾았더니 대표가 디퍼였다. 홍텐은 프리즘의 동료이자 후원자라고 했다.

◇“태극기 의미 담은 상설 공연”=프리즘은 원래 이번 달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태극기를 주제로 한 상설 공연을 열 계획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연은 연기됐지만 하반기에는 꼭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태극기에 담긴 의미(우주와 대자연의 진리, 평화와 조화의 이상)를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무대를 만들려고 합니다. 태극기는 선조들의 정신이 밴 유산이라는 점에서 공연 제목을 ‘The Legacy’로 정했습니다.”


서양에서 시작한 브레이킹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비보이가 어떻게 태극기 정신에 매혹됐을까. “한국 대표로 해외 비보이 배틀에 갈 때마다 태극기를 챙겨가곤 했습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한 당연한 행동이었어요. 왜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태극기 의미를 찾아보고, 거기에 담긴 우리 역사도 공부하게 됐지요. 그런데 우리 주변에 저처럼 태극기 뜻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을 통해 그 정신을 알리면 좋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지요.” 전쟁기념관은 태극기 정신을 알리겠다는 디퍼와 홍텐을 지난 1월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또 기념관 야외홀을 ‘디퍼-홍텐’ 홀로 지정하기로 했다. 디퍼는 앞서 2014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에 참여했을 때에도 태극기를 주제로 한 의상을 시도했다. 지난해 제 100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공연에서는 총안무 감독을 맡아 다른 영역 전문가들과 함께 태극기 이미지가 들어간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디퍼는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상 최연소 안무 감독이었다. 비보이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부담스러웠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스트리트 댄스로 주제를 표현하려니 기존 관행과 많이 부딪쳤는데요.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잠실운동장에 올린 작품을 객석에서 바라보니 감격스러웠습니다.” 서울예대 실용무용과 교수를 지낸 바 있는 그는 탁월한 안무 감각을 인정받아 국내외 각종 행사에 초청됐다. 지난해엔 프리즘을 이끌고 홍콩 가수 겸 배우 조이영(容祖兒) 20주년 콘서트 총괄 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홍텐은 세계 비보이들이 롤 모델로 삼는 ‘전설’이지만, 요즘도 매일 피나는 연습을 한다. “2024년 올림픽 경기에 나가고 싶습니다. 은퇴는 그 이후에 생각할 거예요. 주변에선 제 나이에 어려울 것이라고 하지만, 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디퍼는 “홍텐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 대회 주최사인 레드 불(Red Bull)이 후원하는 홍텐이라면 4년 후에도 실력이 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도 선수로 뛰고 싶긴 하나(웃음), 홍텐과 후배 선수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좋을 듯싶어요.”

디퍼는 2015년 ‘자유롭게 춤을 추자’는 모토로 프리즘을 만들어 현재 12명의 댄서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1년 중 절반을 해외에서 활동하는 홍텐은 프리즘 작업에 힘닿는 대로 동참한다. 친구인 디퍼가 후배 댄서들을 위해 브레이킹 활로를 열고자 애쓰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한국이 브레이킹 분야에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과 최상위권이라고 자평했다. “프리즘 정도의 수준을 갖춘 팀이 7∼8개가 있습니다. 올림픽 준비를 잘한다면, 우리가 금메달을 딸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지난해에 2024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프랑스가 강한 종목인 브레이킹을 추천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 연말에 최종 승인하는데, 별문제 없이 채택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종 채택이 되면 대한체육회를 통해 선수 선발 등이 이뤄지고, 관련 부처에서 지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리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정경태 사장은 “당국이 관련 조직을 미리 꾸리고 준비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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