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직전 또 꺼낸 ‘公기관 이전 미끼’ 국민을 뭘로 보나

여당이 또 공공기관 지방 이전 카드를 꺼냈다. 총선을 불과 9일 앞둔 6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산에서 “총선이 끝나는 대로 지역과 협의해 많은 공공기관을 반드시 이전하도록 하는 정책을 확정 짓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이전은 2002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수도 이전 공약 이후 선거 때마다 휘두르는 ‘조자룡 헌칼’처럼 됐다.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이 있고, 해당 지역에서는 절대로 반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세가 여당에 불리해지면 경합 지역에서는 더 구체적인 방안도 나돌게 될 것이다.

현재 여권에서 거론되는 이전 대상 공공기관은 KDB산업은행, 한국공항공사 등 122개이며, 종사자는 5만8000여 명이다. 이런 기관들을 나눠준다는데 어느 지역이 싫어하겠는가. 노 전 대통령은 당선 뒤 “재미 좀 봤다”고 언급했고, 이후 2004년 제17대 총선 3개월을 앞두고 153개 공공기관을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세종시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법을 놓고는 이명박·박근혜 충돌까지 빚어졌다. 그만큼 공공기관 이전은 선거 때마다 표심을 얻기 위한 ‘미끼’로 전락했다.

지난해 153개 공공기관의 이전이 마무리됐지만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은 되레 심해지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부족과 인구 감소는 여전하다. 교육·의료 등 생활 인프라 미비로 가족 동반 이주가 미흡하고 혁신도시 인근 구도심은 되레 쇠퇴하고 있다. 세종시 부작용과 국민 노후자금 700조 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의 난맥상이 상징적이다. 균형발전은 필요하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은 신중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를 이룬 뒤 추진해야 한다. 졸속으로 추진되면 엄청난 국가적 비효율을 자초한다. 게다가 공공기관 임원은 여권 낙하산들의 생계 수단이 됐다. 방만 경영은 더 심해졌다. 이런데도 2차 이전을 득표용으로 불쑥 또 꺼내는 것은 타락한 관권선거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