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Q. 30代 디자이너, 회사 동료들이 사생활 물어오면 짜증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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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30대 의류회사 디자이너입니다. 남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편하다고 하지만 솔직히 저는 너무 좋습니다. 일정한 거리 안으로 누군가 들어오는 게 너무 싫습니다. 가령, 회사 동료들이 주말에 뭘 하는지, 가족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제 사생활을 물어보면 짜증이 납니다. 그냥 회사에서는 일 이야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이로 인해 트러블도 생기는데, 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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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타인과 ‘심리적 경계’ 경직되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를

회사 사람들이 사생활을 물어보면 짜증이 난다고 하셨는데 다른 관계는 어떤가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신과 타인의 영역을 구분해 주는 ‘바운더리(boundary)’라는 게 있습니다. 일종의 ‘심리적 경계’를 말합니다. 바운더리는 개폐기능이 있어 인간관계에서 ‘보호’와 ‘교류’ 역할을 합니다. 즉, 건강한 바운더리는 위험할 때는 닫히고, 안전할 때는 열립니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바운더리는 위험하지 않는데 닫히거나 반대로 위험한데도 그냥 열려 있습니다. 보호나 교류에 문제가 생기겠지요. 만약 친구 관계에서도 점점 가까워지기보다 늘 일정한 거리를 둬야 편하다면 고민을 주신 분의 바운더리는 경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어디를 가나 일정한 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접근할까요? 크게 보면 긍정적, 부정적, 그리고 중립적 접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호감일 수도 있고, 간섭이나 이용일 수도 있고, 그냥 의례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사생활을 물어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심일 수도 있고 오지랖일 수도 있으며, 그냥 의례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접근을 다 좋아하거나 다 싫어할 필요도 없고, 의례적인 접근이라면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간관계에서 잘한다는 것은 이를 잘 구분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바운더리를 여닫아 관계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바운더리가 경직된 이들은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모든 접근을 침범이라고 느껴 방어적으로 반응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경직된 바운더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 개별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자라난 경우에 특히 그렇습니다. 자녀를 소유물로 여겨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사사건건 통제를 가하는 부모에게서 자란 이들은 일찍부터 마음의 문을 닫게 됩니다. 문제는 어른이 된 후에도 이러한 방어적인 관계방식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휘둘린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볼까요? 지금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은 부모가 아니고,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나는 옛날의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좀 더 사람들의 접근을 살펴보고 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