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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9일(木)
총선 본질은 ‘회고적 투표’… 경제성과·정권도덕성 중간평가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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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5일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세 대결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덮는 ‘깜깜이’ 선거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왼쪽 사진 연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오른쪽 〃 연단 위) 미래통합당 후보가 8일 경남 진해와 종로에서 각각 유세전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뉴시스

■ 4·15총선 막판 관전 포인트

일자리 참사·조국 사태 등 失政 기억해뒀다 투표 때 심판하는 ‘축적 효과’ 나타날지 촉각
유권자 40%가 선거 1주일 전부터 후보 결정… 30·40代 줄고 60代 이상 늘어난 것도 변수


총선 D-6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환경 속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모든 걸 덮는 ‘깜깜이 선거’가 됐다. 흰 눈이 쓰레기를 덮듯 코로나 사태가 내치와 외치, 경제와 안보, 사회 통합 등 국정 운영의 모든 의제와 이슈를 덮어 버리고 있다. 정당과 후보 공약이 보이지 않고 후보자와 유권자 간 접촉이 최대한 억제되는 ‘비대면 선거’가 지배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총선은 전망적 투표인 대선과 달리 회고적 투표, 즉 ‘국정 운영 중간평가 = 정권 심판’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다.

◇한국 총선의 경험칙

통상 한국 총선에는 입증된 몇 개의 경험적 법칙이 존재한다. 우선, 현역 교체 비율이 높았던 정당이 승리했다. 현역 물갈이가 인적 쇄신에 성공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8년의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현역 물갈이는 38.5%, 통합민주당은 19.1%였다.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민주당(81석)을 압도했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7.1%, 민주통합당은 37.1%였다. 역시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민주당(127석)을 제치고 1당이 됐다. 2016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24%, 더불어민주당은 33.3%였다. 이번엔 민주당이 123석으로 새누리당(122석)을 제치고 승리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현역 교체율은 27.9%에 불과했다. 친문계·운동권 출신 당권파가 거의 살아남았고, 청와대 출신 상당수가 공천을 받았다. 한마디로 인적쇄신과 세대교체를 내세웠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반면 미래통합당의 교체율은 43%였다. 강성 친박과 탄핵 주도 세력 상당수가 배제됐다.

둘째, 집권 중반기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집권당은 사실상 패배했다. 김영삼 정부 4년 차에 치러진 1996년 15대 총선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139석으로 제1당이 됐지만, 여소야대(새정치국민회의 79석 + 자민련 50석 + 민주당 15석)의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가 됐다. 김대중 정부 집권 3년 차에 실시한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115석을 얻었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133석으로 제1당이 됐다. 박근혜 정부 집권 4년 차에 있었던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야당인 민주당이 1석 차이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총선의 본질은 정권심판

총선은 본질적으로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8차례 선거에서 집권당이 단독 과반 승리한 것은 3차례(2004년 17대, 2008년 18대, 2012년 19대)에 불과했다. 국민은 총선에서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일을 잘했는지 즉 정권심판론을 토대로 ‘회고적 투표’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관통하는 요체는 정책 수행의 성과 평가, 정체성과 도덕성 평가, 국민 생명·안전 보호(코로나19 방역) 평가 등 크게 세 가지다.

하나,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 정책 수행 평가. 이는 정부의 무능과 유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실업이 줄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성장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십조 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일자리 참사가 벌어졌다. 핵심 노동계층인 30∼40대 취업자 수는 지난 2년간 37만 명이 감소했다. 국민소득도 2018년 3만3434달러에서 2019년 3만2047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7년 3.2%에서 2018년 2.7%, 지난해 2.0%로 3년 연속 내려갔다. 한마디로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구호만 있고 성과는 없었다. 둘, 정부의 정체성과 도덕성에 대한 평가다. ‘위선 좌파’ 논란을 빚은 조국 사태,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의혹, 검찰 장악, 국회와 야당의 우회, 민주당 위성정당 창당 등이 도덕성 심판의 핵심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2월 한 강연에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진보의 도덕적·정신적 파탄”이라고 했다.

정권심판론의 마지막 세 번째 기준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 평가다. 현재 각종 여론 조사상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코로나19 방역 성공론’ 공세가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 정부가 보여준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 마스크 대란, 긴급재난기금 지급을 둘러싼 혼선 등이 어떻게 평가될지 미지수다. ‘축적(저장) 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유권자는 그동안 정보를 저장했다가 투표 때 이를 인출한다. 코로나가 모든 것을 덮을 순 없다는 뜻이다.

◇총선의 막판 변수들

이번 총선을 좌우할 막판 3대 변수 중 첫째는 세대별 투표율이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의 20·30대 투표율은 2012년 19대 총선과 비교해 각각 11.2%포인트와 5.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50대 투표율은 1.6%포인트 하락했다. 이것이 야당인 민주당이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에도 어느 지지자들이 더 투표장을 찾느냐가 관건이다. 세대별로 30대(15.9%)와 40대(19.0%)에선 민주당, 60대 이상(27.3%)에선 통합당이 강한데 통상 투표율은 고연령층이 높다. 86 운동권 세대(1960∼1969년생)로 ‘스윙 보터’인 50대(19.7%)가 세대투표를 할지 아니면 보수화돼 연령투표를 할지가 관건이다. 30·40대 유권자 수는 약 110만 명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은 218만 명 증가(3.9%포인트)한 것도 변수다.

둘째, 전체 유권자의 40%나 차지하는 중도층의 향배다. ‘중도보수’(20%)가 통합당 지지로 회귀할지, 중도진보(20%)가 민주당에서 얼마나 이탈할지가 선거 결과를 결정지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수도권 지역구 선거에서 중도개혁을 표방한 국민의당 후보에게 투표했던 약 180만 표(15.4%)가 어디로 갈지가 변수다. 셋째, 무당층과 부동층의 향배다. 한국 선거에서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역대 선거에서 무당층은 ‘약세정당’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25% 정도가 무당층이다. 이들 중 약 40%가 자신들의 의견을 대놓고 표현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야당 성향의 ‘샤이 보수’일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실제 야당 지지도는 여론 조사 결과보다 5∼7% 정도 더 많을 수도 있다.

◇투표 1주일 앞둔 유권자의 선택

오는 9일부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통상 유권자의 40% 정도가 선거를 1주일 남기고 후보를 결정한다. 한국선거학회가 2016년 20대 총선 직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투표 결정 시기는 ‘선거 당일’ 11.9%, ‘선거 1∼3일 전’ 11.9%, ‘선거 1주일 전’ 15.3%로 나타났다.

역대 총선 결과, 국민의 선택은 늘 절묘하고 위대했다.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의 도를 넘은 정부·여당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고, 분열하고 무기력한 야당에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코로나 사태로 심판론이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라도 유권자는 감성과 분노가 아니라 이성과 진실만을 붙들고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어느 정당이 우리 경제와 안보를 살릴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투표해야 한다. 그래야 총선의 본질에 충실한 투표가 되고 자신이 던진 한 표에 책임을 질 수 있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한국 총선의 경험칙 :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걸 덮는 미증유의 환경 속에서 ‘깜깜이 선거’가 치러지고 있음. 하지만 경험칙으로 볼 때 총선에서는 현역 교체 비율이 높았던 정당이 늘 승리했으며, 특히 집권 중반기 선거에서는 집권당이 패배하는 경우가 많음.

총선의 본질 : 총선은 본질적으로 ‘회고적 투표’이자 정권 심판임. 정권 심판의 요체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평가, 정체성·도덕성 평가, 코로나19 방역 평가임. 유권자는 통상 정권의 국정 수행 정보를 축적해뒀다가 투표 때 인출하는 ‘축적(저장) 효과’를 발휘.

총선의 막판 변수들 : 3대 변수는 세대별 투표율, 중도층의 향배, 무당층의 향배임. 특히 ‘스윙 보터’인 50대, 중도보수·중도진보의 선택에 주목. 역대 선거에서 무당층은 ‘약세정당’ 쪽으로 기우는 경향. 또 유권자의 40%가량은 선거를 1주일 앞두고 후보를 결정함.

■ 용어 설명

‘회고적 투표’란 현직 대통령이나 정권의 국정 운영 성과에 대한 평가적 성격을 갖는 투표. 이와 반대로 특정 정치인과 정당의 미래 비전이나 가치를 기대하며 투표하는 것을 ‘전망적 투표’라 함.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란 대통령제 국가에서 의회 내 여당 의석보다 야당 의석이 많은 정부를 말함. 일반적으로는 여소야대라 불림. 내각제나 이원정부제에서의 ‘동거내각’과 유사한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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