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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9일(木)
코로나에 ‘20년 논쟁’ 부활… “교육 세계화”-“비용 막대”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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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론화 되는 ‘9월 신학기제 도입’

OECD 국가중 ‘3월 신학기제’는 남반구의 호주 외 韓·日만 시행…김영삼·노무현·박근혜 정부때도 검토후 불발
수차례 개학 연기 ‘학기제 전환 찬스’ 여론에 교육부·교원단체는 난색, 학부모 절반은 찬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이 사상 처음으로 ‘3월 개학’을 맞이하지 못하고 9일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일을 겪게 됐다.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9월 신학기제’ 도입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 닫힌 학교 문제를 메울 대안 중 하나로 잠복하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학제 개편에 대한 여론이 커지자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학기제 시행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입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전격적인 원격수업 시행으로 수업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면서 9월 신학기제에 대한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9월 신학기제 도입에 따른 변화 = 9월 학기제란 말 그대로 현재 3월에 시작되는 초·중·고 및 대학의 개학을 9월로 바꾸는 학제 개편을 말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한국도 9월 신학기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20년간 교육계 내에서도 찬반논쟁이 팽팽했던 의제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반구에 있는 호주를 제외하고 봄학기를 선택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정치권에서도 김경수 경남지사가 얼마 전 “3월에 개학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위기를 대한민국이 그동안 풀어내지 못했던 구조적 문제를 풀어내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혀 논의에 불을 지폈다. 9월 신학기제가 도입되면 먼저 1학기 시작은 3월에서 9월로, 2학기 시작은 9월에서 1월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2월 봄방학은 사라지고 겨울방학도 줄어든다. 반면 여름방학은 현재보다 한 달 정도 빠른 6월에 시작해 2개월 정도로 늘어난다. 자연스레 11월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5월로 이동하게 된다. 이에 맞춰 대입 수시·정시 일정도 6개월 앞으로 이동하게 되고, 대학 입학 시기는 초·중·고와 똑같이 9월로 맞춰진다. 지난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은 ‘9월 신학년제 실행 전략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2017년 시행을 가정해 2018년 3월 입학 예정인 학생들을 6개월 앞당겨 2017년 9월에 입학시키는 방안이 담겼다.

◇과도기 학생 수 증가 해결 필요 = 산술적으로 당장 취학연령이 6개월 빨라지거나 또는 늦춰지는 만큼 초등학교 1학년에 3월 입학생과 9월 입학생이 동시에 다니게 된다. 과도기 동안에는 학교 시설과 교사 숫자를 모두 대폭 늘려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온라인 개학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것이고, 지금이야말로 9월 학기제로 전환할 절호의 기회”라는 이유에서 관련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한 청원자는 “2021년 3월 입학 예정인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생일 순에 따라 절반은 2020년 9월에, 나머지 절반은 2021년 9월에 입학시키자”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내놓았다. 그래도 당장 9월에는 2020년 입학생이 아직 등교를 못 한 만큼 1.5배의 학생이 다녀야 한다. 지난 7일 ‘고3 개학 +고2부터 9월 신학기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고3은 제외하고 고2부터 도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당장 대입 준비가 급한 고3은 등교수업을 하되, 나머지 학생들은 9월부터 학교에 나오도록 해 학교 내 집단감염을 차단하자는 내용이다. 고3 학생들을 비어있는 1, 2학년 교실로 분산 배치하면 통제가 수월해지는 측면도 있다. 현재 상황에선 완전 등교수업이 가능한 ‘안전한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또 다른 청원자는 아예 “9월 1일부터 모든 학생이 새로운 학년도를 시작해 2021년 7월에 학년도를 마친 뒤 여름 방학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고개 젓는 교육부와 교원단체 = 교육 당국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현실적으로도 이미 3월 1일 2020학년도가 시작된 만큼 당장 올해 개학을 미뤄 9월에 신학기를 시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9월 신학기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작스럽게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며 “정부 출범 초기 때마다 학제 개편안 중 하나로 도입이 거론됐지만 교육부 차원에서 구체화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신학기제는 앞서 김영삼·노무현·박근혜 정부 시기 도입이 검토된 바 있다. 문민정부 시기인 1997년 당시 교육개혁위원회는 ‘교육의 국제화·세계화’를 내세워 9월 신학기제를 처음으로 논의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06년 교육혁신위원회에서는 2011년 9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역시 2015년 도입을 공론화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교원단체들 역시 진보·보수를 넘어 “당장 도입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고 무책임한 처사”라며 “국민의 불안감에 편승해 정치적 이슈 몰이 수단으로 의제화할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학교 학사일정에 따라 기업과 정부의 취업, 각종 시험 시기의 조정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과도기 학생들이 겪는 불이익과 불공정 문제는 큰 사회적 저항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학부모 절반은 9월 신학기제 찬성 = 역대 정부의 3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9월 신학기제 도입 목소리가 계속되는 이유는 학기제 전환이 가져올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된 학부모 여론조사에서도 찬반 여론은 팽팽하게 맞섰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 모임’이 지난달 29∼30일 학부모 3862명을 상대로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6.3%(1788명)는 9월 신학기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찬성하지만 (올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응답이 26.6%(1028명)였다. 9월 신학기제 자체에 반대하는 학부모는 16.9%(652명)에 불과했다.

9월 신학기제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국제 통용성’을 가장 먼저 내세운다. 현재 가을 학기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포함해 세계적으로는 70%, 유럽에서는 80%에 달한다. 일본과 북한은 4월에 개학한다. 이 때문에 국내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가거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학기 불일치로 손해를 보는 일이 잦았던 것도 사실이다. 9월 신학기제가 한국 교육의 글로벌화와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된 근거다. 현재 학령 인구 감소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9월 신학기제의 또 다른 장점은 여름방학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봄방학을 없애고 겨울방학을 줄이면, 학생들이 긴 여름방학을 이용해 충분한 보충학습 시간을 갖거나 기업 인턴십, 해외 연수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특성화고나 대학의 경우,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론도 절반, 사회적 합의 필요 = 반대론자들은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우려한다. 한국교육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9월 신학기제 도입 시 10조4302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예상된다. 전환 과도기 과정에서 특정 학년도 학생이 일시에 두 배로 증가하고, 이들을 위한 교사 충원, 학급 증설 등에 드는 비용이다. 대학 입시도 한 해에 두 번 실시해야 하고, 대학도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니다. ‘3월 신학기’가 정착되기 시작한 1961년 이후 40년 동안 뿌리 깊이 내린 국민생활 양식을 한 번에 바꾸는 대전환이기 때문이다. 이 학생들은 동급생 증가로 학급당 학생 수, 교원 1인당 학생 수도 덩달아 증가해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수업을 받아야 함은 물론, 입학과 취업 시 경쟁이 치열해져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9월 신학기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 누구도 도입을 실현하기가 어려웠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출범 초기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도 어려운 게 9월 신학기제”라며 “장단이 뚜렷하고, 선택의 문제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9월 신학기제 찬반 입장

▷ 찬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일본, 호주만 봄학기제

- 학사일정 효율성 증대 : 겨울방학이 짧아져 1·2학기 연결성이 높아지고, 긴 여름방학 동안 충분한 보충학습 및 체험활동 가능

- 사회·경제적 요구에 충실 : 긴 여름방학 동안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 역량 키우기 가능, 취학연령 6개월 당겨 입직 연령 낮추는 효과

▷ 반대

- 재정·경제적 비용 : 일시적인 학생 증가에 따른 시설 증설 및 인력 증원, 교육과정 개편 등 소요 예산 10조 원 추정

- 과도기 학생들의 불이익 : 교육 여건 변화, 대입 일정 변경 등에 공정성 논란

- 사회 전반 재정비 필요 : 기업, 정부 취업 및 각종 시험 시기 조정 불가피, 취업시장 혼란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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