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산 7%↓·악성재고 10%↑…기업, 위기버틸 여력 없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현대차 투싼라인 임시 휴업 8일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선적 대기 중인 완성차들이 줄지어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현지 판매사들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하는 등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 이달 13∼17일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 한경연, 2019 상장사 실적분석

상장사 절반이 현금자산 줄어
순차입금은 40% 가까이 증가

재고 판매 기간도 1주일 늘어
기업 생사기로…자금지원 절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을 생사기로의 한계상황으로 내몬 것은 영업이익 감소뿐 아니라 불어나는 빚과 ‘악성 재고’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사의 악성 재고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보유 현금은 줄고 순차입금은 대폭 늘면서 현금 유동성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벽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경제 전반을 강타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더욱 악화하면서 ‘한계 기업’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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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19년 코스피 상장사 685개의 재무제표(2015∼2019년)를 분석한 결과, 현금성 자산은 131조7000억 원으로, 2018년 142조 원에 비해 7.3% 감소했다. 전체 상장사 중 절반이 넘는 기업(355개사)의 현금성 자산이 준 영향으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감소폭도 2018년(-3.2%)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커졌다. 기업의 자산 대비 현금보유 비중인 현금자산 비율도 2016년 9.3%에서 지난해 7.6%로 3년 연속 줄어들었다.

한경연은 지난해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감소가 영업활동의 현금흐름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9년 102조6000억 원으로 2018년(137조7000억 원)에 비해 4분의 1 수준(25.5%)으로 감소,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줄어든 313개 기업 중 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133개로 전체 상장사의 19.4%를 차지했다.

기업들의 보유 현금이 부족해지자 투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갚아야 할 순차입금은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지난해 236조9000억 원으로 2018년(171조2000억 원) 대비 38.4% 증가했다. 차입금은 증가하는 데 반해 현금 유입은 줄어 기업들의 재무부담은 가중됐을 것으로 한경연은 분석했다.

영업부진과 함께 기업 현금보유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악성 재고도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장기업이 보유한 평균재고자산(전기 말 재고자산+당기 말 재고자산)은 99조9000억 원으로 2018년(91조5000억 원)보다 10% 가까이 늘어 역대 최대치였다. 재고가 매출로 반영되는 속도인 재고자산회전율도 11.5회로 2017년(14.3회) 이후 2년 연속 감소해 기업들의 재고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 자산이 팔리는 시점도 지난해 31.7일로, 2017년(25.5일)에 비해 2년 만에 1주일가량 늘었다. 재고 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의 현금 조달과 실적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존립의 기로에 서 있는 기업들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자금 지원 및 세제 혜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