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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9일(木)
공공 배달앱 아닌 경쟁 촉진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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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 KAIST교수·IT경영학

한국인이 애용하는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 1일 수수료 체계 개편을 발표했다. 배민 수수료 개편의 핵심은 기존 정액제를 정률제로 바꾸는 데 있다. 기존의 정액제에서는 소상공인이 일정 금액(월 8만8000원)을 광고료로 지불하는 형태이나, 이번에 바뀐 정률제에서는 판매액의 5.8%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매출 규모에 따라 증가하는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고, 월 매출 155만 원, 하루 매출 5만 원 이하의 영세 점포만이 기존보다 수수료를 적게 낸다며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자금력 있는 업주의 과도한 광고, 이른바 ‘깃발 꽂기’를 통한 주문 독차지가 영세 소상공인을 어렵게 하므로 정률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달앱 수수료와 유사한 문제로 카드 수수료 사례가 있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18년 12월 서울시가 출시한 제로페이 서비스다. 제로페이 출시 1년 뒤인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결제액은 510억 원으로 목표 결제액 8조5300억 원의 1%에도 못 미쳤다. 반면, 서울시가 투입한 누적 홍보비는 150억 원으로 누적 결제액의 30%에 이른다. 박원순 시장의 제로페이 서비스는 불편한 인터페이스에 인기가 없는 실패작이었다. 활용도가 극히 낮은 공공성 서비스의 관리 운영 프로모션에 국민 세금이 계속 들어가는 건 큰 문제다.

그런데 배민 사태와 관련,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독과점의 횡포라며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들기 위해 군산시의 배달의명수와 같은 공공배달앱(App)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러면 이 지사의 공공배달앱은 수수료 문제의 합리적 대안인가.

배달앱 시장의 경쟁은 특이하다. 지난해 12월, 국내 2위 요기요(33.5%), 3위 배달통(10.8%)을 소유한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1위 배민(55.7%) 인수를 발표했고, 올해 인수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시장점유율 99%를 차지하게 된다. 디지털 경제에서 독점적 플랫폼이 구축되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이 매우 어렵게 된다. 강한 네트워크 효과와 한계비용 제로(0)라는 특성으로 후발 주자는 플랫폼 리더와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 지자체들이 주도하는 후발 공공배달앱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문제는 플랫폼의 관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시장을 장악한 독점적 플랫폼이 필연적으로 소상공인의 이익에 반하는 약탈적 가격정책을 펼 때를 대비해 경쟁 대안이 필요하다. 열정과 창의성이 넘치는 민간 스타트업 플랫폼이 배민이나 요기요 등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지원과 경쟁 활성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쿠팡이 좋은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당장 경쟁 플랫폼이 불가능하다면 정부의 개입도 필요하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더라도 1, 2, 3등이 결합해서 99%의 시장 지배력을 갖는 독점적 경쟁 환경은 피해야 한다.

배민과 소상공인 간의 이번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공공배달앱 같은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치적 접근 대신 시장원리에 따른 해법이 필요하다. 배달앱 독점 문제는 민간의 경쟁 플랫폼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배민의 인수·합병 불허 등의 수단을 통해 독점적 플랫폼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 이는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모든 고객을 위해 필요하다. 배민의 수수료 변경에 따른 소상공인의 절박한 문제에 대한 해법은 공공배달앱이 될 수 없다. 경제 문제는 정치가 아닌 시장에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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