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영의 생각을 부르는 뇌과학>‘편애’하는 인간의 뇌…‘내집단’엔 관대하고 ‘외집단’엔 더 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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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팀에는 ‘무조건 협동’
나를 사랑하듯 큰 애정 쏟아

상대팀에는 강한 경쟁의식
실패에 기뻐하고 고통엔 둔감

딱 이맘때쯤인 것 같다. 새 학기의 어색함이 잦아들고 바야흐로 꽃피는 봄이 오면 반마다 크고 작은 또래 집단이 형성돼 가곤 했다. 사회 그룹 형성은 사교적인 목적에서부터 음식과 영역방어 등 실용적인 목적까지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사회 그룹을 만들고 같은 그룹을 편애하는 현상(in-group favoritism)과 다른 그룹에 대해 편견 및 차별을 보이는 현상(out-group bias)은 인종, 지역, 학력, 성차별, 정치 편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인간뿐 아니라 많은 동물, 심지어 미생물에서도 관찰된 바 있다.

실험용 쥐는 친한 쥐의 고통을 볼 때 통증에 더 민감해지며 사랑앵무새는 같은 새장에서 자란 친구의 날개 뻗기 동작을 사람이 하품을 따라 하는 것처럼 잘 따라 한다. 붉은 불개미 일개미는 여왕개미 후보 중에서 자기와 다른 유전형을 지닌 후보자는 물어 죽임으로써 자기와 같은 유전형을 지닌 여왕개미 후보만을 옹립한다. 나랑 같은 편이 아니면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극단적 ‘외집단 혐오 현상’이다.

1954년 터키 태생의 사회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프는 오클라호마의 로버스 케이브주립공원에서 어린 소년들의 여름캠프 동안 이들을 ‘방울뱀팀’과 ‘독수리팀’으로 무작위로 나눈 후 그룹 내 협동과제 수행, 그룹 간 경쟁유도 및 불공정한 음식과 자원배분 등을 통해 ‘내그룹 선호’와 ‘외그룹 편견’이 생기고 해소되는 과정을 규명했다. 연구 윤리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지만 자기 팀에 대한 거의 무조건적인 협동과 다른 팀에 대한 극단적인 경쟁 및 폄훼를 보인 실험 대상 소년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사회적 소속감은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동일시된다고 한다. 즉 나를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내측전두엽 등의 뇌 부위는 내가 애정하는 소속 집단을 생각할 때도 활성화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집단에 대한 애정과 방어본능은 나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과 유사하다.

호주의 몰렌버그와 루이스 박사팀이 그동안의 관련 연구를 정리한 바에 따르면 같은 그룹의 얼굴, 말, 움직임, 고통, 기쁨에 대한 뇌의 반응은 외부 그룹에 대한 반응과 현저히 다르다고 한다. 우리 뇌는 외부 그룹의 공격에 대해 내부에서의 공격보다 감정적, 도덕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외부 그룹이 우리 그룹과 경쟁 관계에 있을 때는 이들의 실패에 기뻐하고 그들의 고통에 대해 둔감하게 반응한다.

미국의 실험 연구 결과를 보면 같은 말이라도 지지하는 정당의 대선후보가 한 말이라고 믿을 경우 반대당의 당수가 같은 말을 한 경우보다 더 감동적이라고 느끼게 되고 의미 인식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더 활성화됐다고 한다. 심지어 지지 정당의 후보가 먼저 했던 공약을 뒤집고 변명을 늘어놓더라도 반대 당 후보가 같은 공약의 뒤집기를 할 때보다 모순감을 덜 느낀다고 한다. 이때 우리 뇌에서는 모순의 해결에 관여하는 여러 뇌 부위가 동시에 활성화된다. 소속감과 ‘내집단 편애’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뇌는 많은 애를 쓰는 것이다. 극히 짧은 시간에 다른 인종의 얼굴을 보여주면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등 감정의 동요가 발생하지만 이는 0.5초 안에 정상화되고 이때 전두엽의 활성화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즉 본능적으로는 나와 다른 그룹에 대해 감정 동요가 오지만 재빨리 우리의 이성이 인종차별 등의 편견을 바로잡으려 시도하는 셈이다.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외집단 반응’만 있었다면 인류사회가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4월 15일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애정은 당연하지만 이성을 벗어난 무조건적인 지지와 상대에 대한 폄훼가 없는, 모든 국민이 승리하는 멋진 선거 결과를 기대해 본다.

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