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문화 시점>‘영상 韓流’ 조연서 주역으로… 지구촌 ‘K-웹툰’에 반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IT)과 강력한 플랫폼,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무장한 K-웹툰이 세계 시장에서 활동 영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

■ 글로벌 중심이 된 K-웹툰

‘신의탑’ 美공개뒤 랭킹1위
애니 종주국 日 신작 제쳐
10년간 누적 조회 45억건

‘이태원 클라쓰’ 인기 끌자
‘계약우정’등도 드라마로
‘웹툰OST’로 이어지기도

네이버웹툰 150국 서비스
다음웹툰, 日시장 점유2위
韓 콘텐츠수출 쌍두마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화, 콘서트, 뮤지컬 등 기존의 전통적 문화 소비는 ‘올스톱’됐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비대면’ 콘텐츠들은 오히려 기회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 게임 등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국내 웹툰의 성장은 눈에 띈다. 네이버웹툰이 보유한 인기 웹툰 ‘신의 탑’은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작돼 지난 1일 미국에서 공개된 후 호평을 받고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TV 드라마는 갈수록 더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성장세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브’ 장르로 취급받던 웹툰은 이제 원소스 멀티유스(OSMU)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자 세계 콘텐츠 시장의 당당한 ‘메인’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의 탑’ 애니메이션 미국에서 호평

13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신의 탑’ 애니메이션 1, 2회가 1일과 8일 미국 현지에 공개된 가운데 1회가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레디트(Reddit)의 주간 인기 애니메이션 랭킹 1위에 올랐다. ‘애니메이션 종주국’ 일본의 신작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시즌4’를 제친 게 눈에 띈다.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서도 9위를 차지했다. 앞으로 최종 13회까지 추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반응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신의 탑’은 네이버웹툰에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연재 중인 장수 판타지 웹툰이다. 누적 조회 수가 45억 건에 달한다. 주인공 소년 ‘밤’이 사랑하는 소녀 ‘라헬’을 찾아 신비한 탑에 오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할리우드 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져스’처럼 요즘 유행하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신의 탑’의 가능성은 해외에서 먼저 주목했다. 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콘텐츠 기업인 ‘크런치롤(Crunchroll)’이 ‘신의 탑’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일찌감치 투자 및 유통사로 참여했고, 일본의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이 제작·총괄을 맡았다. 포브스는 “첫 회 에피소드가 끝날 때 이 이야기가 어떻게 주간 500만 명의 독자를 사로잡았는지 이해하게 됐다”며 높이 평가했다.

◇TV 드라마 시장도 웹툰 점령

상반기 국내 TV 드라마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다. 지상파 3사와 JTBC, tvN 등 5개사에서 일일극을 빼고 상반기 중 방송됐거나 방영 예정인 시리즈 드라마 24편 가운데 7편이 웹툰 원작이다. KBS 2TV에서 방영 중인 월화극 ‘계약우정’과 수목극 ‘어서와’, MBC에서 5월 방영 예정인 ‘저녁 같이 드실래요?’, SBS에서 6월에 선보일 ‘편의점 샛별이’가 모두 웹툰에 기반하고 있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JTBC 금토극 ‘이태원 클라쓰’는 시청률이 최고 16.5%까지 솟았다. 5월 20일부터 방송하는 수목극 ‘쌍갑포차’도 웹툰이 원작이다. 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은 올해 ‘이태원 클라쓰’를 시작으로 ‘메모리스트’ ‘계약우정’ ‘저녁 같이 드실래요?’ ‘쌍갑포차’, 영화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세웠다. 다음웹툰 측은 “‘이태원 클라쓰’는 드라마화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페이지 자체적으로 웹툰 OST인 ‘새로이’를 래퍼 비와이와 협업했다”며 “웹툰에서 드라마로, 또 OST로 다양한 콘텐츠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K-웹툰의 검증된 인기, 영상 최적화가 성장 원동력

K-웹툰은 최근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은 2016년 8억1200만 달러(약 9866억 원)에서 2021년엔 13억 달러(1조5796억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만화 산업의 수출액은 2016년 3248만2000달러(394억 원)에서 2017년에는 3526만2000달러(426억 원)로 전년 대비 약 9% 성장했다.

만화가 국내 콘텐츠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19년 상반기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58조1000억 원. 이 중 만화가 10.4%로 매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콘텐츠 수출액에서도 만화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2019년 상반기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약 48억1000만 달러. 이 중 만화의 수출액 증가율은 12.8%로 평균의 2배였다.

K-웹툰의 성장에는 국내 양대 플랫폼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라인웹툰, 라인망가를 통해 북미와 일본 등 전 세계 150개국에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미국 라인웹툰의 월간순방문자수(MAU)는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연평균 71% 성장했다.

다음웹툰은 일본에서 웹툰 서비스 픽코마를 운영하며 2018년 57억 엔(638억 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점유율 15%로 2위에 올랐다. 네이버웹툰 측은 웹툰 시장 성장에 대해 “이미 웹 연재를 통해 팬에게 검증이 됐고, 만화의 컷이 스토리보드와 비슷해 영상 콘텐츠 제작에 최적화돼 있으며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게임 등 2차 창작의 가능성이 거의 무한대로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