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성착취 영상’ 제작자 전원구속… 성폭행·다수 피해땐 최대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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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성범죄 사건처리기준’ 시행

영리목적 유포자는 최소 징역7년… 단순 소지 초범도 벌금 500만원

2018년 검거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 1582명 중 구속 9명뿐

‘n번방 사건’ 이후 사회 공분
檢, 처벌 범위 등 강화·확대

조주빈, 최고형량 처벌 가능성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도 검토

‘n번방·박사방’ 유료 관전자들
‘소지범’ 기준으로 처벌 받을듯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 촬영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텔레그램’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왔다. 지난 2018년 한 해 통신 매체 등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피의자가 1582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단 9명만 구속됐다. 비율로 따지면 0.6%에 불과했다. 이에 대검찰청이 앞으로 성 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구형하는 등 처벌 범위를 크게 넓히는 내용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처리기준’을 지난 9일 마련해 전국 검찰청에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처리기준 마련으로 성 착취 영상물 제작, 소비, 유통에 관여한 사람들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1. 성 착취 영상물 사범이란

검찰은 성 착취 영상물의 경우 제작 및 촬영 과정, 피해 수위 등이 일반 음란물과 큰 차이가 있다고 판단해 ‘성 착취 영상물 사범’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도입했다. 제작·촬영과정에서 성범죄·폭행·협박 등 타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강제하는 별도의 범죄가 결부되거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적 영상물이 불법 정도에서 일반 음란물과 큰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제작하거나 이를 SNS를 통해 공유하는 범죄 유형을 성 착취 영상물 사범으로 정의했다. 성 착취 영상물 사범에 대해선 기존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처리기준보다 한층 강화된 처벌 기준을 마련했다. 조직적인 성 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은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전원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주범에 대해선 최고 무기징역을 구형할 수 있다.

2. ‘성 착취 영상물’ 범위는

검찰은 △소위 스폰서로 불리는 조건만남 제의 등을 통해 피해자를 속여 음란물을 촬영하거나, 피해자 스스로 촬영하게 해 전송받은 뒤 이를 유포하는 행위 △이미 획득한 피해자의 노출 사진 등을 빌미로 협박, 성적인 행위를 연출한 영상물을 찍게 해 전송받는 행위 △피해자를 성폭행하면서 이를 촬영하고 유포하는 행위 등을 대표적인 성 착취 영상물 범죄 행위로 분류했다. 성 착취 영상물 소지자는 SNS 대화방이나 채널에 가입하게 된 경위라든지 본 영상물 개수, 대화방 채널의 성격에 따라서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단순하게 한번 관전했다고 해서 다 문제의 소지가 된다는 취지는 아니다. 관전을 위해 비용을 지불했는지, 게시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호응했는지 등을 수사를 통해 밝혀 처벌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

3. 처리기준 마련 배경은

‘n번방’ 전 운영자 ‘와치맨’이 음란물 유포죄로 집행유예 기간에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을 또다시 퍼뜨렸음에도 검찰이 징역 3년 6월을 구형한 것이 알려지며 비판이 일었다. 또 성 착취 영상물은 지속적인 수요에 따라 공급이 이뤄지는 면이 있어 공급자뿐 아니라 소비자에 대해서도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최근 유사 사건들의 범죄 유형과 처벌 현황 분석을 거쳐 강화된 처리 기준을 마련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황을 심각히 인식하고 기존 처리방식만으로는 이러한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 사건처리기준을 강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4. 사건처리기준 적용 대상은

사건처리기준 적용 대상은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뉜다. 제작 사범과 유포 사범, 소지 사범이다. 특히 조직적인 성 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의 경우는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전원 구속한다. 주범이라면 징역 15년 이상, 죄질에 따라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까지 구형한다. 유포 사범 중에서도 영리 목적 사범은 전원을 구속하고 7년 이상을 구형한다. 광범위한 피해를 일으켰다면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 이상을 구형하고 일반 유포 사범에 대해서도 징역 4년 이상을 구형키로 했다. 처벌 수준이 다소 낮았던 소지 사범의 경우에도 영업적 유포를 위해 소지하거나 대량 소지한 경우 구속을 적극 검토하고 징역 2년 이상을 구형한다. 일반 소지자일지라도 초범 벌금 500만 원, 동종 재범이나 공유방 유료회원 참여자는 약식 명령이 아닌 정식 기소 방침을 세웠다.

5. 제작 사범 구형 어떻게 달라지나

제작 사범은 범행방법(조직적, 개별적)과 가담 정도(공범, 방조범), 피해자 유형(아동, 성인), 동종 전과 등을 불문하고 전원 구속 원칙을 세웠다. 조직적 제작 사범의 경우 주범은 15년 이상 구형하고, 다수 피해자가 나왔거나 강간 등 수반된 범죄의 죄질이 무겁다면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까지 구형한다는 방침이다. 개별적 사범의 경우에도 징역 7년 이상을 구형하되 함께 일어난 범죄 죄질이 중하다면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 또는 15년 이상을 적극 검토한다. 이에 따라 만약 텔레그램 공유방 운영자가 아동이나 청소년을 협박해 음란물을 촬영했다면 기존 5년 이상 구형에서 향후 최저 15년 또는 7년 이상을 구형하고, 무기징역도 검토할 수 있게 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선 모습. 연합뉴스

6. 유포 사범 구형 어떻게 달라지나

영리 목적 유포 사범은 전원 구속 원칙을 적용한다. 영업적 목적으로 유포했다면 징역 7년 이상을 구형하고, 다수에 대한 피해를 일으키는 등 죄질이 불량할 때는 법정 최고형인 10년 이상을 적극 구형키로 했다. 일반 유포 사범도 동종 전력이 있거나 보복 목적, 장기간, 대량 유포 또는 공유방 운영 등의 경우 구속을 원칙으로 하고 징역 4년 이상을 구형할 방침이다. 만약 공유방에 참여한 자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물을 내려받아 영리 목적으로 다른 공유방을 운영하며 유포했다면 기존엔 징역 2년 이상이 구형됐지만 이제는 최저 징역 7년 이상 구형이 가능하고 10년 이상도 적극 검토하게 됐다.

7. 소지 사범 구형은 어떻게 되나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많았던 일반 소지자들에 대한 구형도 대폭 강화됐다. 검찰은 상업적인 유포를 위해 성 착취 영상물을 소지하거나 대량 소지한 경우 구속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징역 2년 이상을 구형하도록 했다. 일반 소지자의 경우 초범이라도 그동안 기소유예 처분을 하던 관행을 벗어나 벌금 500만 원에, 동종 재범이거나 공유방 유료회원 등 적극적 참여자는 반드시 기소해 정식재판에 회부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소지 사범 중 초범이거나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 그동안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는데 이는 검찰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순 소지 사범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냈다.

8. 박사방 조주빈 형량은

아직 1심 재판조차 끝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점을 고려할 때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은 그동안 일명 ‘n번방’을 운영한 조 씨처럼 아동과 청소년을 협박해 음란물을 찍으면 최소 5년 이상을 구형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바뀐 기준에 따르면 조 씨에게 이보다 구형량을 2년 높인 최소 7년,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엔 최저 1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조 씨를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유포 등 12개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핵심은 검찰이 조 씨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지 여부다.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다. 다만 그동안 ‘n번방’처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집단 디지털 성범죄에 이를 적용한 선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검찰은 엄벌 여론을 고려해 보강 수사를 거쳐 추가 기소 때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9. 관전자도 처벌받게 되나

텔레그램 ‘박사방’ ‘n번방’ 사건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조주빈과 공범들뿐만 아니라 이러한 영상을 보기 위해 방에 들어온 가입자, 소위 ‘관전자’들도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논란이 된 관전자들은 유료 입장을 인지하고 채팅방에 가입했고, 영상을 시청하는 동시에 온라인 상에서 대화를 하며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검찰은 관전자들에게도 일반 소지 사범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텔레그램의 특성상 영상을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자동 저장이 되는 만큼 성 착취물 공유방의 시초격인 ‘n번방’ 영상 관전자들 대부분이 이 같은 영상물 소지 사범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대화방에 가입하게 된 경위나 영상물의 개수, 대화방 채널의 성격에 따라 방조범으로 볼 수 있고 소지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 처리 기준은 언제부터 적용되나

대검찰청이 발표한 ‘사건처리기준’은 지난 9일부터 전국 검찰청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 모두 강화한 사건처리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최근 대화방 ‘태평양원정대’를 만들어 성 착취 영상을 유포한 ‘태평양’ 이모 군과 함께 조주빈이 박사방을 통해 진행한 ‘성폭행 공모’에 자원해 피해자들과 성관계한 영상을 촬영한 한모 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조주빈보다 먼저 검거돼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공범들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이 광범위한 조직과 규모로 운영돼 온 정황이 포착된 만큼 검찰 수사도 확대되고, 이후 공판에서도 피고인들에게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유진·김온유·이희권·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