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신한울 자해와 4·15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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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충격은 1930년대 대공황에 비견될 수 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지난 8일 했던 말이다. 전 세계 5000만 명의 실업자가 생긴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공공사업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일으키기 위해 ‘뉴딜 정책’을 추진했다. 물론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있다.

이걸 벤치마킹한 것일까.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형 뉴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경제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긴급대응책이랍시고 일회성 현금만 뿌려대기보다 공공투자를 병행하면 일자리를 만들어 경기가 돌아가게 하는 동시에 쓴 돈이 증발하지 않고 인프라로 남아 두고두고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형 뉴딜 시범사업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게 중단된 신한울 원전(原電) 3·4호기 건설 재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지난 2018년 공정률 30% 상태에서 멈춰선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그동안 ‘한국 원전의 산소호흡기마저 떼면 안 된다’는 애끓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면 하루 3000여 개 일자리가 생긴다. 올해 신고리 5·6호기 납품이 끝나면 일거리가 없어지는 국내 280여 원전 관련 기업, 1만3000여 근로자의 일감절벽도 피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2조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7000억 원에 달하는 매몰 비용도 되살릴 수 있어 정부 지원을 안 받아도 된다. 적자 수렁에 빠진 한국전력에 가져다줄 총이익만 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 울진군에 위치하고 있어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산업을 일으키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연간 1조 원 이상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데도 정부 내에선 문 대통령 눈치를 살피느라 ‘건설 재개’의 ‘ㄱ’ 자도 입 밖에 못 꺼낸다.

문 정부 3년을 평가하고, 남은 2년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4·15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나름의 기준이 있겠지만, 아직 결정 못 한 유권자가 있다면 신한울 3·4호기 찬반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녔으면서도 문 정부 이념·오기 정치의 희생양이 된 한국 원전의 생태계를 지키는 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