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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17일(金)
가요 3500곡 작사한 정두수… 과거에서 현재로 부활하는 그의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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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원 ‘가슴 아프게’

초창기 뮤직비디오들은 순박함으로 정겨웠다. 가사 흐름에 충실해야 노래방에서 환영받던 시절이다. ‘물레방아 도는데’(1972·나훈아) 화면엔 물레방아가 돌담길, 징검다리 너머로 꽤 오래 등장했다. 그래야 성의 있다고 느꼈다.

같은 해에 히트한 노래 한 곡을 더 불러내자. ‘쌍돛대 임을 싣고 포구로 들고/섬진강 맑은 물에 물새가 운다/쌍계사 쇠북소리 은은히 울 때/노을 진 물결 위에 꽃잎이 진다’(하춘화 ‘하동포구 아가씨’ 중). 영상을 의뢰받은 감독의 난감한 표정이 어른거린다. 리얼리즘에 기반을 둔 스토리보드라면 2절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기 때문이다. ‘흐르는 저 구름을 머리에 이고/지리산 낙락장송 노을에 탄다’.

하모니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음악동네지만 지도상에 실존하는 노래마을도 여럿 있다. 요즘 경남 하동은 무대에 설 때마다 “하동에서 온 정동원”이라고 소개하는 ‘트로트 왕세자’의 애향심 덕분에 빛을 발한다.

그런데 훨씬 전에 고향을 널리 알린 음악인이 있다. 작사가 정두수(1937∼2016)다. ‘가요무대’를 시청할 때, 혹은 노래방에서 트로트를 애창할 때 ‘정두수 작사·박춘석 작곡’, 이런 조합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날 것이다. 앞에서 말한 두 곡 외에도 ‘흑산도 아가씨’ ‘우수’ ‘마포종점’ ‘그리움은 가슴마다’ ‘가슴 아프게’ ‘한번 준 마음인데’ ‘공항의 이별’ ‘삼백리 한려수도’ 등이 모두 두 예술가의 합작품이다.

정두수는 무려 3500곡을 작사했고 하동 포구공원에는 ‘하동포구 아가씨’ 노래비도 세워져 있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바라보다 검게 타버린/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를 안쓰럽게 여긴 소년이 있었다. 내가 노래채집을 시작한 계기를 마련해준 분이 바로 작사가 정두수였음을 지금 수줍게 고백한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남진을 가수왕으로 만든 ‘가슴 아프게’도 이분의 작품이다. 음악동네엔 부활절이 따로 없다. 진심을 담아 부르면 언제 어디서고 노래가 부활하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가요무대’(2019년 2월 12일)에서 임영웅이 불렀고 지금은 ‘하동 프린스’ 정동원(사진)이 열창하고 있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쓰라린 이별만은 없었을 것을’. 원제목은 ‘낙도 가는 연락선’이었다. 연락선이 매일 다녀도 마음을 닫으면 이별은 수순이 된다.

‘미스터트롯’ 7인방은 14세부터 44세 사이에 걸쳐 있다. 당신과 나 사이,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은 서로 어떻게 부르는지를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정동원에게 35세 이상은 삼촌, 그 이하는 형이다. 그런데 여기서 35세는 호적상 나이가 아니다. 35세 이상으로 보여야 삼촌이다. 그래서 ‘트바로티’ 김호중은 임영웅과 동갑(1991년생)이지만 동원에겐 그냥 호중 삼촌이고 영웅이 형이다. 겁 없는 이런 순수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동원이 만약 70년 연상의 고향 선배를 만난다면 뭐라 부르며 안길까. 마침 내일(4월 18일)은 정두수가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본명이 정두채인 그는 스스로 노래시인이라 불렀다.

이분의 형은 ‘정공채 시집 있습니까’라는 시집을 낸 정공채(1934∼2008) 시인이다. 평론가들은 ‘정공채의 시는 움직이는 시’라고 평한 적이 있다. 움직이는 시, 그게 바로 노래 아닌가. 실제로 정공채의 시 ‘간이역’에 박춘석이 곡을 붙인 적도 있다. ‘피어나는 꽃은 아무래도 간이역/지나치고 나면 아아/그 도정(道程)에 꽃이 피어 있었던가’. 이 노래는 ‘과거는 흘러갔다’(정두수 작사·여운 노래) 앨범에 실려 있다. ‘즐거웠던 그날이 올 수 있다면/아련히 떠오르는 과거로 돌아가서/지금의 내 심정을 전해보련만’. 과거는 흘러가도 좋은 노래는 흘러가지 않는다. 노래보다 수십 년 뒤에 태어난 ‘하동 프린스’가 오늘도 그 애절한 심정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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