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 위기 속 국민화합 감동 보여준 ‘노원 면마스크 의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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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록 노원구청장

우리 국민은 위기에 강한 민족이다. 1997년 외환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 거슬러 올라가면 대한제국 시대 국권 회복을 위한 국채보상 운동으로 국가적 위기 극복에 동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나라들이 질병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물품을 사재기하는 무질서한 상황에서 불편하고 힘들지만, 묵묵히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고 일상을 유지하는 모습은 세계인들이 놀랄 만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것은 귀중한 시간과 재능을 기꺼이 위기 극복에 쓰려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지난 3월 말까지 20일간 운영한 ‘노원 면마스크 의병단’ 활동은 대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면마스크도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홀몸 어르신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배부할 마스크를 직접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처음 계획할 때만 해도 봉사자가 모일지,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작업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등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위생 등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작업장을 구청 강당을 비롯해 여러 곳으로 나누는 등 집단 작업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준비했다. 상시 마스크 착용을 기본으로 하고, 안내 직원을 통해 작업 전 문진표 작성과 발열 체크를 의무화하는 등 철저한 위생 규칙을 정한 후 봉사자 모집을 위한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접수 시작 하루 만에 300명이 넘는 주민이 뜻을 모아줬다. 전직 재봉사부터 구두 수선공, 세탁소 운영자 등 기술자는 물론 청소라도 하겠다는 주부와 대학생, 장애인 등 계층도 다양했다. 이렇게 꾸려진 의병단은 600여 명으로 늘어 모두 4곳에서 2교대로 하루 1200장씩, 모두 3만5000장의 면마스크를 제작했다.

반향도 컸다. 국내는 물론 세계 4대 통신사인 AP, AFP, UPI, 로이터 통신과 독일 국영방송 도이치벨레, 중국 경제TV에서도 소개하는 등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다. 해외 방송의 관심은 하나다. 국가적 어려움에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동을 기꺼이 제공하는 한국인의 마음을 자국의 국민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이웃을 위해 기여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는 봉사자들.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아름다운 마음이 모여 국민 화합의 계기로 만들어 준 순간들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