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에서 본 한반도>‘그들만의 리그’는 불행 자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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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0-04-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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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野 완패로 文정권 독주 길 열려
공수처·권력범죄 처리가 시금석
‘K정치’ 민주 규범이 미래 좌우


4·15 총선 결과는 여당 압승이라기보다 야당 완패로 봐야 한다. 결과적으론 같은 말이지만 내용이나 뉘앙스에선 큰 차이가 있다.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너무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칼럼 ‘한국 정치, 박항서·히딩크에 배워라(1월 8일자)’에서 한국 정치를 ‘동네축구’에 비유하면서 여야 모두 상대의 실책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떳떳하게 이겨야 하며, 야당은 승리를 위해 선수교체와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꼼수와 편법이 난무한 가운데 연신 ‘똥볼’만 차대던 야당이 자책골을 퍼부어 싱겁게 게임이 종료되고 말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정국으로 인해 이기기 어려웠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구차한 변명이다. 경기에 앞서 날씨나 부상 등의 변수가 생긴다면 여기에 맞는 전술과 선수 기용으로 경기를 펼치는 것이 용병술의 기본이다.

상대의 실책으로 이겨 좀 쑥스럽긴 하지만, 정부·여당은 축제 분위기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새롭게 구성된 ‘K리그’ 9번의 총선 중 가장 많은 의석수를 획득했고, 국정 전반의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재신임을 얻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18명이나 국회에 입성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설파하고 뒷받침할 것이며, 국회에 쌓인 법안도 선진화법과 무관하게 처리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과연 이번 결과가 K리그의 미래, 즉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좋은 소식일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 결과 영호남 지역 간극은 더 확연해졌으며, 제3당의 몰락과 함께 정치적 양극화도 심해졌다. 코로나 사태에 묻혀 선거의 중요한 기능인 정부 정책의 공과에 대한 논의는 아예 실종됐고, 집권세력이 사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하게 되면서 견제와 균형의 원칙 또한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 4·15 총선이 민주주의 발전에 굿 뉴스가 될지, 배드 뉴스가 될지는 문 정부의 남은 2년에 달려 있다.

첫째, K리그를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 3년간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진 경기장을 관용이라는 민주적 규범을 통해 치유해야 한다. ‘촛불 혁명’이라는 좋은 조건 속에 출범한 문 정부는 공정과 상생보다는 분노와 ‘내로남불’을 부추겼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사회의 이념, 세대, 계급, 지역 갈등은 심화됐다. 문빠와 태극기 부대, 서초동 대 광화문 집회로 상징되는 극렬 대립이 한국의 ‘뉴노멀’이 돼선 안 된다. 처절히 패배한 보수 야당을 코너로 몰지 말고 이들을 지지했던 41%의 관중을 생각하며, 협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K리그가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면 흥행도 미래도 없다.

둘째, 승자의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 심판과 선수협회마저 우호적이 됐다고 해서 게임의 룰을 자의적으로 바꾸려 한다면 리그 수준은 낮아지고 흥미는 줄어들어 결국 관중으로부터 외면당한다. 현 집권세력은 3부(府)를 다 장악했고, 우호적인 관변 언론과 시민사회, 나아가 청와대 보좌관 출신의 대거 국회 진출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 그럴수록 부패의 위험 또한 커진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가진 자가 그 힘을 절제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절차적 법치주의를 넘어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정신을 준수하는 데 진력해야 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집권세력의 친위부대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정하고 엄격한 룰 적용이다. 그동안 편법이나 불법을 저지른 관계자들이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 선거로 인해 미뤄뒀던 전·현직 고위 인사들과 관련된 의혹 및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잘못에 대해선 일벌백계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검찰이 정치권의 압력을 받지 않도록 대통령이 보호막이 돼야 한다.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솔선수범을 실천하며, 내로남불 아닌 읍참마속의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新)적폐청산으로 이어지는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끊을 수 있다.

정부·여당은 승리에 도취해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하거나 영원한 챔피언으로 남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국민이 허용한 또 한 번의 기회를 리그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용과 절제라는 규범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데, 권력의 절정에 다다른 지금이 최적의 기회다.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질 것이며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문 대통령 말이 진심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남은 2년, 문 정부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굿 뉴스를 가져오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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