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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23일(木)
신채호는 ‘이순신 영웅 만들기’를 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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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을 찾아서 / 최원식 지음 / 돌베개

이순신은 언제부터 ‘영웅’으로 존재했을까. 문학평론가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이순신 숭모는 근대적 현상이다. 대한제국이 위기에 빠진 20세기 초에는 국권 회복의 메타포였고, 일제강점기에는 민족 해방의 상징, 그리고 광복 이후엔 국민국가 건설의 영웅이 됐다. 최 교수는 신간 ‘이순신을 찾아서’를 통해 이 같은 ‘충무공 숭배’의 원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간다.

책에 따르면 이런 경향을 제공한 건 단재 신채호의 ‘수군제일위인 이순신’이다. 1908년 ‘대한매일신보’에 연재된 ‘수군제일위인 이순신’은 나라와 백성에 충성하는 이순신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이후 이순신은 중세적 충(忠)의 범위를 벗어나 국권 회복의 상징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단재가 ‘충무공 숭배’의 근원으로 오해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게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단재의 ‘수군제일위인 이순신’의 집필 의도는 국민 하나하나가 ‘제2의 충무’가 되어 국난을 극복하길 바랐을 뿐, 그를 ‘불세출의 영웅’으로 만들려는 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이순신을 성자의 위치에 올린 건 춘원 이광수였다. 저자는 춘원의 ‘이순신(1931∼1932)’에 대해 “허구도 아닌 왜곡”이라고 비판하고, 이를 ‘이순신 소설화의 불행한 시작’으로 지목한다. “세상의 무식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홀로 밀고 나가는 이순신, 춘원이 창조한 이순신은 바로 춘원이니 참으로 지독한 자기애다.” 이 ‘자기애’가 춘원의 애독자였던 박정희에게 전이돼 광화문 충무공 동상 설립에 영향을 끼쳤다. 결국 춘원에서 시작된 ‘영웅 이순신’은 박정희의 뜻을 받든 노산 이은상의 ‘성웅 이순신’을 거치며 단재를 가로막았고, 이후 이순신 서사를 지배하게 된다. 책은 김훈의 ‘칼의 노래’ 역시 이 같은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낼 수는 없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단재 이후 주목할 만한 ‘이순신 이야기’로는 구보 박태원의 ‘임진 조국전쟁’(1960)을 꼽는다. “구보 소설치고는 평범하다”고 하면서도 이순신의 개방성과 민중성을 강조한 구보의 뛰어난 안목을 칭송한다.

책은 단재와 춘원·구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순신을 분석한다. 김지하의 ‘구리 이순신’(1971), 김탁환의 ‘불멸’(1998), 김훈의 ‘칼의 노래’(2001) 등 충효의 상징, 고독한 허무주의자, 신파의 주인공 등 시대와 작가에 따라 탈역사화 혹은 해체되는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만날 수 있다. 376쪽, 2만 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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