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選良과 정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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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지난 2007년 대선 이후부터 선거가 끝나면 되풀이되는 논란이 있다. 헌법 제68조를 근거로 ‘당선자’가 옳다고 하는 쪽과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들어 ‘당선인’이 옳다는 호칭의 다툼이다. 법률적으로는 선거운동의 자유와 책임의 주체를 ‘후보자’, 당선돼 공직에 취임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주체를 ‘당선인’이라고 한다. 공직선거법에는 없는 당선자라는 용어는 헌법 제67조와 제68조 대통령 관련 조항에 나온다. 그러니 더 혼란스럽다. 이를 어문법으로 설명하면 결론이 명쾌해진다. 선거에서 선출된 후보에 대한 호칭은 ‘당선인’이 무난하다. 법인 아닌 자연인에 대한 ‘-인’은 남녀 모두에게 쓸 수 있는 접미사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자’의 경우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접미사 ‘놈(자)’의 의미상 여성용으로는 맞지 않는다. 참고로 ‘후보자’라는 용어도 ‘후보’라고 하면 충분하다. 후보라는 말 속에 사람이란 의미가 들어 있다.

흔히 국회의원을 선량(選良)이라고 한다. 선출된 양인(良人)이란 뜻이니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데 당선됐다고 같은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꾼(politician)과 정치가(statesman) 두 부류로 나뉜다. 그 기준은, 다음 선거에서 당선될 생각만 하는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가이다. 다음 선거를 생각하면 정치꾼,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정치가라는 기준도 있다. 정치가를 모범 정치인이라 한다면, 정치꾼은 정치인을 가장한 모리배에 가깝다. 심지어 국가를 분열시키고 미래를 팔아먹기도 한다. 정치꾼과 정치가의 대표적 유형으로 미국의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꼽힌다.(김영래 ‘제4의 물결과 한국정치의 과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되다시피 사퇴한 닉슨은 정치꾼으로 전락했고, 뉴 프런티어 정신을 주창한 케네디는 미국의 미래를 설계한 정치가로 존경받는다.

4·15 총선이 끝난 지 1주일이 지난 지금,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당 열린민주당의 지분 3석을 놓고 ‘밀당’이 벌어지고 있다. 당선권 밖의 4번과 8번을 국회로 보내기 위해 지지자들이 1·3·5·6·7번 후보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한다. 장외정치가 가관이다. 게다가 이번에 당선된 300명 중 검찰의 수사 대상이 90명이나 된다. 이래저래 제21대 국회에서도 위대한 정치가를 기대하기보다는 정치꾼이 덜 나오기를 바라는 게 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