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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24일(金)
경제 회복 탄력성 죽이는 ‘고용 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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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항공·해운·조선·자동차·일반기계·전력·통신 등 고용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7대 기간 주력산업이 위태로워져 신속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해졌다. 마침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5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대책을 내놨다. 여당의 총선 대승 직후이고, 비상시적 운영 체제로 전환하기 전 마지막 회의여서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국정 후반기의 경제정책 방향을 내비친다.

정부는 기간산업의 위기 극복과 고용을 위해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긴급히 조성해 회사채를 매입하거나 보증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예고했다.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을 넘어서 출자나 지급보증 등을 망라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장기 파생상품 거래로 야기된 키코(KIKO) 사태나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같은 외부 충격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 지원이 효과적이다.

반면에 근본적인 사업 환경과 경영 구조의 악화로 인한 위기는 혁신적 조치로 회복 탄력성을 키워야 한다. 위기의식 속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한 이건희 회장의 말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 삼성전자라는 세계 굴지의 회사가 있게 했다. 산업의 재배치와 규제 혁신이 빠진 지원은 그때뿐이다. 말로는 혁신성장과 4차산업 육성을 외치면서 은·산 분리의 틀에 갇혀 IT기업의 금융산업 혁신을 막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타다금지법 등 소비자 편의성을 외면하면 규제 혁신은 공허하다. 국회에서 여권 의원들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기업 규제 강화 법안만 1000건이 넘는 현실에서 거대 여당이 친노동·반기업 규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민간 부문은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는 신세가 된다.

정부는 또 기간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의 조건으로 고용 총량 유지와 자구 노력, 이익 공유 등을 내걸고, 지원받은 기업의 임직원 보수 제한과 주주 배당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의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채권 가치를 훼손하지 못하게 채권자가 경영 활동 일부를 제약하는 건 당연한 조치다. 정부도 국민을 대신한 채권자이므로 경영 활동의 제한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 유지를 전면에 내세우면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인력·자원 구조조정을 차단해 부실이 만성화하며,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족쇄가 된다. 전통산업에서 혁신산업으로 이전하려면 노동정책의 변화, 고용 구조의 조정, 일자리 재배치가 전제돼야 한다.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보다 고용 유지에 무게를 두고 정부가 나서서 대규모 사업을 통해 공공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한국판 뉴딜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가주의 폐단이 노출된다.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에는 민간의 역할을 축소하고 국가 주도의 경제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민간기업에 대한 지나친 개입과 역할 축소, 공공 부문을 강화하는 국가 주도 경제는 재정 악화와 경제 체질 약화로 종결된다는 사실이 역사적 교훈이다.

경제위기 극복과 산업 구조 재편의 공과는 이제 절대다수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여당의 몫이 됐다. 친노조나 노조 출신이라도 국회의원이면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고 대승적 결정을 해야 하고, 그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거대 여당의 선택에 따라 국운이 달라지는 갈림길에 섰으니 기업의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법안을 마련해 제21대 국회는 ‘사상 최악 20대 국회’의 오명을 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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