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영의 생각을 부르는 뇌과학>무모한 ‘사춘기의 뇌’… 어른으로 홀로 서려는 ‘진화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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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되면 뇌무게 성인수준
초식동물‘포식자검색’처럼
외부 정보 습득하려고 행동
타인과 공감하는 삶 배워야

개나리, 진달래, 목련 그리고 벚꽃이 봄이 왔음을 온몸으로 알리고 떠난 후 연두색 아기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진한 녹색을 더해 나무 그늘을 만들어 가는 걸 보고 있으면 아기 티를 벗어 던지고 매일매일 크는 게 눈에 보이는 우리의 아이들이 생각난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뇌 무게는 성인의 25% 정도지만 만 2세가 되면 성인 뇌 무게의 80%가 된다. 이러한 신생아-유아기의 폭발적인 뇌 성장은 유전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과 스트레스 등의 생리적 요인에 의해 조절되며 개인의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유년기 이후에 다다르면 뇌의 외형적 발달은 그 속도가 느려져 10∼12세가 되면 이제 성인의 뇌 무게와 차이가 없게 되며 이때부터는 ‘머리 커졌다고 제 맘대로 하려 한다’는 말이 부모 입에서 자주 나오게 된다. 순식간에 아빠, 엄마보다 한 뼘이나 키가 커지는 생장점의 폭발에 환희를 느끼지만 불과 6개월 전의 우리 착한 아이가 맞나 싶게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화 잘 내고, 급하고, 감정의 산꼭대기와 골짜기를 분주히 오가고, 부주의하고,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친구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 듯하지만, 어른과는 카톡에 ‘oo’ 대신 ‘o’을 쓰는 것도 아까워하며 문을 꽝 하고 닫아버리는 사춘기 아이들을 보면 덩치가 커진 청소년기 뇌는 어른들의 뇌와는 아직 무언가가 다른 듯하다.

뇌의 크기는 이미 성인과 동일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사람과 동물에서 모두 청소년기에는 급격한 뇌 구조 및 기능 변동과 행동 및 정서 상태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충동성 조절, 추상 능력, 추론 능력, 의사 결정 등 고차원적인 뇌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대뇌 전두엽과 감정을 조절하는 측두엽 등에서 필요 없는 시냅스를 제거해 내고 필요한 건 북돋는 정교하고 광범위한 신경 가지치기가 일어나며 반대로 백질의 밀도가 높아져 신경전도 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생체시계의 변동으로 사춘기 아이들은 새벽까지 취침 시간이 늦어지고 아침에는 못 일어나는 패턴을 보이게 되고 이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됨과 동시에 과시와 무모한 행동으로 인해 사건 사고가 자주 일어나게 된다.

청소년기의 위험하고 때로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은 인간이나 동물에서 매우 흔하게 관찰되며 대표적인 예가 ‘포식자 검색’(predator inspection)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초원의 가젤이 사자나 치타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까이 가고 살피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포식자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오히려 성체가 됐을 때, 개체와 집단의 전체적인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이다. 청소년기의 충동적이고 위험하고 일견 바보 같은 행동에도 생물학적인 근거가 있는 셈이다.

하버드대 매클레인 병원 연구진의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은 기능성 자기공명 연구에서 어른의 표정을 정확히 읽지 못하는 경향을 나타내며 템플대의 스타인버그 박사 연구진에 의하면 어른과 달리 청소년기의 쥐는 주위에 동료 쥐가 있을 때 알코올이 포함된 물을 더 많이 마시고, 사람 청소년도 친구가 보고 있으면 운전게임에서 더 과감하고 무모한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보기, 듣기 등의 감각과 달리 사회성, 추상능력 등은 청소년기에도 계속 발달하는 고차적 뇌 기능의 하나로 곧 둥지를 떠나서 독립을 준비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친구에게 인정받기’와 ‘어른과의 거리두기’는 어쩌면 진화의 정교한 선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 개학은 이뤄졌지만 우리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수학과 영어, 과학은 어떻게든 배우겠지만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형태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한 세대의 아이들의 뇌 발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간의 연구와 사회적 대처가 필요한 부분이다. 남의 아픔에 더 공감하고 나누는 삶을 사는 쪽으로 기여하게 될까? 아니면 사회적 상호작용을 어려워하는 ‘온라인 미팅’ 세대가 도래하게 될까? 지금은 그저 우리 아이들이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해내고 사춘기를 잘 건너온 따듯한 인사말을 모두에게 다시 건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빠! 그때는 미안했어.”

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