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면 못참아 vs 길면 몰아봐… 동영상 콘텐츠 ‘쇼트 폼’ ‘롱 폼’ 경쟁

  • 문화일보
  • 입력 2020-04-27 10:47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15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편당 러닝타임은 10분 안팎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콘텐츠인 6부작 ‘킹덤’은 한꺼번에 1∼6부를 모두 공개해 단시간에 몰아볼 수 있는 ‘빈지 워칭’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10분 안팎’이 대세
카카오M, 짧은 동영상 제작
구글, 쉽고빠른 편집 서비스

- ‘1시간’ 수요도 여전
넷플릭스 등 ‘정주행’ 전략
인스타, 롱폼 ‘IGTV’ 출시


TV 화면보다 스마트폰 화면이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는 두 가지를 못 견딘다. 진부한 것과 지루한 것. 금세 싫증 내며 다른 콘텐츠로 갈아타는 그들의 속도는 과거 세대가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던 속도를 비웃는다. 미디어 시장은 이미 스마트폰 시대를 주도하는 MZ세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쇼트 폼(short form)’ 경쟁에 돌입했다. 짧으면 수 초에서 길어도 10분 내외 콘텐츠로 승부를 건다. 아울러 기존 ‘롱 폼(long form)’ 플랫폼 업체들도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구책을 찾고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길면 못 참아”… MZ세대의 외침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 메조미디어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10∼30대가 선호하는 콘텐츠의 길이는 15∼16.3분이다. 40∼50대 역시 20분 안팎으로, 짧은 콘텐츠를 좇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히 10년 후 중년층으로 접어들며 시장을 주도할 MZ세대와 그들의 자녀는 더욱 짧은 콘텐츠를 선호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쇼트 폼 플랫폼의 양대 산맥은 유튜브와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Tik Tok)이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길이의 콘텐츠가 있지만 최근 공급되는 콘텐츠의 길이는 확연히 짧아졌다. 각각 379만, 215만 유튜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워크맨’과 ‘자이언트 펭TV’의 콘텐츠는 대다수 10분 안팎이다. 그리고 15초∼1분 길이의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틱톡의 월평균 이용자는 8억 명에 달한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은 최근 쇼트 폼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인 ‘탄지(Tangi)’와 ‘바이트(Byte)’ ‘릴스(Reels)’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문적인 편집 기술을 요하는 유튜브 콘텐츠보다 더 쉽고 빠르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가볍게 소비되는 콘텐츠에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틱톡의 대항마로 보는 것이 옳다. 디즈니와 소니,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이달 초 등장한 동영상 플랫폼 퀴비와 네이버가 선보인 쇼트 폼 동영상 편집기 모먼트 역시 같은 맥락으로 탄생했다.

최근 쇼트 폼 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전문 인력을 대거 영입한 카카오M은 틱톡보다는 콘텐츠의 내러티브에 집중하는 유튜브를 겨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유명 예능 PD들을 대거 끌어안고, 편집·종편·더빙 등 시스템을 갖춘 1983㎡(약 600평) 규모 디지털콘텐츠 스튜디오를 론칭했다. 한수경 카카오M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전 연령층의 영상 콘텐츠 소비 습관이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며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쇼트 폼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다”며 “쇼트 폼 콘텐츠가 주목받는 본질적 이유는 모바일을 통한 시청 습관 때문인데, 단순히 길이가 짧은 콘텐츠가 아니라 모바일에서 볼 때 더욱 흥미롭고, 짧은 러닝타임에도 몰입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살아남기 위한, ‘롱 폼’의 변화

기존 방송사를 제외하고, 모바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 롱 폼 업체로 넷플릭스를 들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콕 생활’이 늘면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크게 증가했지만, MZ세대를 등에 업은 쇼트 폼 플랫폼의 도전은 넷플릭스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이에 응전하는 넷플릭스의 가장 큰 무기는 ‘빈지 워칭(binge-watching)’이다. 빈지는 폭식 혹은 폭음을 뜻한다. 단시간에 많이 소비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배우 주지훈, 류승룡 등이 출연한 6부작‘킹덤’ 시리즈는 1∼6부를 한꺼번에 공개됐다. 시청 흐름이 끊기는 것을 원치 않고 도입부터 결말까지 몰아서 ‘정주행 시청’을 즐기는 MZ세대의 입맛에 맞춘 전략이다. 게다가 회당 러닝타임은 50분 안팎이다. 기존 지상파 드라마가 70∼90분가량 방송되는 것을 고려할 때, 넷플릭스는 중편이라 할 만한 길이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인스타그램은 1시간 길이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 IGTV로 롱 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쇼트 폼 플랫폼인 릴스도 보유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은 결국 두 가지 시장이 공존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이들은 창작자와 수익을 공유하는 방침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주 단위로 방송되며 시청률을 끌어올려 광고를 유치하는 시스템 속에서 빈지 워칭 도입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프로그램의 총 러닝타임 중 10분의 1까지 광고를 허용하는 현행법상 콘텐츠의 길이를 줄이면 유치할 수 있는 광고도 줄어들기 때문에 쇼트 폼 도입에도 한계가 있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지상파 3사가 협력해 만든 동영상 플랫폼인 웨이브를 통해 짧은 웹드라마를 만드는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방송사의 시스템상 쇼트 폼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