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인위적 ‘금 모으기’ 시즌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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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은 국민의 국난 극복 의지를 세계에 과시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나 뒤끝은 그렇게 아름답지 못했다. 당시 ‘새마을부녀회 중앙연합회’가 대한제국 시절 일본의 강제적 차관을 갚기 위해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을 모델로 삼은 ‘애국 가락지 모으기 운동’이 효시다. 이 단체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금으로 된 물건을 모아 국가에 헌납했다.

이 단체가 모은 금 2445돈, 은 133돈 등 총 1억3000여만 원이 중소기업진흥청에 전달됐는데 1998년 1월 ‘KBS 금 모으기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본격화했다. 부녀회 모금은 헌금이었는데, 금 모으기 운동은 금 한 돈당 3만 원에 시중은행에서 매입하고 이 금을 해외에 팔아 절대적으로 부족한 달러를 한국은행이 보유하는 방식이었다. 전국적으로 351만여 명이 참여해 약 227t의 금이 모였으며, 4가구당 1가구꼴로 평균 65g(17.33돈)을 내놓은 셈이었다. 당시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금은 총 13㎏. 1인당 45g으로 국민 평균보다 훨씬 적었다. 금 모으기 운동 이전에 우리나라 금 보유량은 10여 t이었는데 무려 20배 넘는 금이 모인 것이다. 모인 금은 대부분 수출됐고 가격은 22억 달러로 국제통화기금(IMF) 차관으로 받은 550억 달러의 4% 정도다.

그러나 한꺼번에 많은 양의 금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국제 금값이 급락해 손해를 봤다. 당시 구조조정 대상인 기업들이 이를 피하려고 금을 사들여 내다 팔면서 수출 실적을 부풀리는 데도 이용했다. 부가세를 교묘한 방법으로 돌려받은 혐의로 당시 대기업 직원 등 100명이 넘게 기소됐고, 선고된 벌금만 2조4600억 원에 이를 정도였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긴급재난기금을 전 국민에게 주기로 결정하면서 상위 30%에는 기부를 유도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1호 기부를 하면 장관들이 따라 할 것이고, 100만 명 공무원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기부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은 총수들이 앞장설 것이고, ‘100만 원+알파’를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가 여권 내에서 나온다. 이렇게 1조 원을 걷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인데 관제(官製) 기부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목표 금액보다 덜 걷히면 ‘기득권 세력의 탐욕’이라는 공세가 벌어질 것이 뻔하다. 이 정권은 편 가르기엔 ‘달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