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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28일(火)
연금개혁 뭉개기는 미래세대 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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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특성을 키워드로 표현하면 ‘중산층 포퓰리즘’과 ‘미래세대 착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해고되지 않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으며, 현세대의 소비 확대를 위해 복지 지출을 대폭 확대했다. 현세대 중산층의 소득 증가로 경제가 성장하는 건 만무지만, 이들의 소득이 증가한 건 사실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하위계층의 소득 감소가 이어졌고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국가부채의 규모는 대폭 확대됐다. 결국, 비정규직 하위계층과 미래세대로부터 부를 이전해 현세대 중산층의 삶의 여유만 확대했을 뿐 한국경제에 필요한 개혁 과제는 무책임할 정도로 방치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예로 들어보자.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500만 번째 수급자는 올해부터 매월 120여만 원을 지급 받아 기대수명인 87세까지 3억8000여만 원을 받는다. 납부한 보험료 4800여만 원의 약 8배에 이르는 노령연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연금의 수익률을 생각할 때 납부금 대비 수급액 비율은 아무리 커도 2배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6배에 해당하는 돈은 누가 내게 되는가. 미래세대의 어깨는 무겁다 못해 부서질 지경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금세 기금이 고갈될 것이고, 미래세대가 노후세대에 직접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개편한다 하더라도 연금부담률이 천정부지라 지속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결국, 586세대만 쌓아놓은 연금을 다 받아가고, 이후 세대는 부과식으로 그 시점에 젊은이들에게 약간의 연금만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정규직 장기 가입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로, 미래의 중하위층이 현재의 중산층 이상에 부(富)를 이전하는 불평등을 키우는 제도이며, 이에 정규직 586세대가 편승해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재정으로 지원할 것이고 부과식으로 변경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래의 정부는 그때 시점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적극 투자해야 한다. 미래세대의 정부가 그렇게 큰 비중의 재정을 노후세대 부양을 위해 부담할 수 있겠는가. 전(前) 세대 부양을 위해 재정의 많은 부분을 사용한다면 경제는 계속 발전할 수 있을까. 586세대 부양에 발목 잡힌 미래세대가 국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결국, 근본적인 국민연금 개혁을 할 수밖에 없고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도 미래세대에 암울한 전망을 안겨준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기금이 올해 1분기 47조 원(약 6.4%)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지만, 선물 등을 통한 위험분산과 헤징이 잘 이뤄지지 못한 데 기인한 면도 크다. 더 근본적으로 연금 운용에 있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 정치·행정적 시장 개입에 의한 바 크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결 원칙과 정부의 임의적 개입을 막을 독립적인 기금 운용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노력은 지지부진하고 여론에 편승한 경영권 개입의 엄포만 남용돼 왔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현안들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연금에 대한 기득권을 얻은 수급자가 늘어날수록 연금 개혁이 어려우므로 책임 있는 정부라면 지금이라도 국민연금 구조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본연의 책임을 더는 방기하지 말고 연금 개혁에 진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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