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정부지원 더 받아달라” 쇄도… 워싱턴 로비업계 ‘코로나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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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속 로비스트에 목매는 美 기업·단체

GE·포드·우버 등 기업 200여곳
지원금 확보 위한 치열한 로비戰

여행연합 “대출자격·기간 확대”
레스토랑연합 “보험금 받아달라”
경찰노조는 “국립공원 폐쇄를”

‘체인 브라운…’ 등 로비업체는
신규계약 쏟아져 즐거운 비명

침체 지속되면 기업도 지출 줄여
로비업체들도 결국 타격 입을듯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이 자금난에 파산 위기를 맞고, 일자리는 급감하는 등 경제 각 분야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반면 미국 수도 워싱턴 DC 로비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기업 지원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기로 하면서 지원금 획득에 사활을 건 기업들이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폴리티코, 더힐 등에 따르면 약 200개의 기업이나 관련 단체들이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금을 보다 많이 얻어내기 위해 로비스트들을 고용했다. 거대 헬스 기업인 테넷 헬스 케어와 인비전 헬스케어는 코로나19 지원책 관련 로비를 강화하기 위해 각각 2개의 새로운 로비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포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우버 등도 로비를 강화 중이다. 개별 기업뿐 아니라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등도 회원인 기업들을 위한 로비전에 뛰어들었다. 미 항공업계 단체인 ‘미국을 위한 항공’(A4A)은 로비업체들을 동원해 항공업계에 배정된 500억 달러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정부와 의회에 전달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재무부에 항공 관련 규제 철폐와 함께 75만 명에 달하는 항공업계 종사자 보호를 위한 자금 지원 확대를 요구 중이다.

여행 및 호텔 업계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액이 최대 4000억 달러(약 487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중소기업청과 의회를 상대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호텔연합은 호텔 업체의 경우 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받는 데 조건이 까다롭고 지원액도 부족하다며 확대를 요구 중이다. 미국 여행연합은 회원사들이 파산을 피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얻어내는 방안 마련에 로비업체들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여행연합은 지원 자금 대출 자격을 여행 마케팅회사나 컨벤션까지 확대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대출금 한도액 인상과 대출 기간 확대도 요구 중이다. 미국 여행연합은 또 의회에 미국 국민을 상대로 국내 여행 독려 방안 마련도 요청하고 있다. 113년 역사를 가진 백화점 니만마커스가 파산위기에 처하는 등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소매유통업체들도 로비업체를 고용했다. 소매유통업체들은 로비업체를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규제 완화 시 비필수사업장 대상 확대와 정부 지원금 확보에 주력 중이다.

전국 레스토랑연합은 로비업체를 활용해 의원들을 상대로 경기 부양 자금 지원 외에 보험 문제 해결을 위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레스토랑들은 보험회사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영업이 중단될 경우 손해를 보전해주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보험회사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레스토랑의 영업중단은 실제 문제가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근거한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전국 레스토랑연합은 또 레스토랑들의 자금 보유액이 평균 16일 정도 영업 정지를 버틸 수 있는 수준인 만큼 현재와 같은 영업 중단 조치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정부와 의회에도 설득 중이다. 노조도 로비전에 뛰어들었다. 국립공원 담당 경찰 노조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동안에 국립공원 개방을 하지 못하도록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로비업체를 고용했다. 노조는 로비업체를 통해 국립공원 폐쇄와 직원 추가 고용 문제 등에 찬성하는 의원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 중이다.

기업들은 당장의 지원책 확보뿐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한 미국 내 제조업 보호나 규제 완화 등으로 로비를 확대 중이다. 미국 제조업 부활과 국내 공급망 확대를 추진하는 단체인 ‘번영하는 미국연합’은 로비업체와 처음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는 의료 마스크와 약품을 포함해 회원사 제품의 국내 생산을 지원하도록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기 위해서다. 구리생산업체인 리비어 코퍼는 코로나19를 구리 생산과 관련된 연방 규제를 철폐할 기회로 보고 있다. 구리 업계는 문고리나 계단 손잡이 등에 쓰이는 구리의 항균 성분을 강조하는 문제를 놓고 환경단체들과 논쟁을 벌여왔다. 리비어 코퍼는 코로나19에 구리의 항균 기능을 내세워 관련 규제를 철폐하려 로비를 진행 중이다.

로비전에 중소기업 지원자금이 대형 업체들로 새어나가고, 감염위험이 큰 헬스장이 1단계 영업 재개 대상에 포함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CNN은 전국 건강·스포츠클럽 협회가 로비스트를 추가로 고용해 의원들에게 코로나19 상황에 체력 관리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헬스장이 1단계 영업 재개 대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로비업계는 이처럼 밀려드는 회사들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명 로비업체인 ‘체인 브라운스타인 하야트 파버 슈렉’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대표적인 카지노 업체인 윈 리조트, 자산 운용회사인 콜로니 캐피털 등 17개 회사와 새로 계약을 맺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보좌관 출신을 로비스트로 고용한 ‘어킴 검프 스트라우스 하우어 앤드 펠드’도 코로나19 업무로 최소 8개 회사와 계약을 했다. ‘보겔 그룹’은 연방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책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을 조건으로 세이블 보험 등 2개 회사를 신규 고객으로 맞았다. 또 다른 로비업체 ‘홀랜드 앤드 나이트 LLP’는 정부의 코로나19 부양 법안이 교과서 출판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파악해주기를 원하는 출판회사 등 10여 개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로비업체들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기 업체를 코로나19 관련 전문업체로 마케팅하고 있다. ‘윌리 레인 LLP’의 공동 경영자인 피터 쉴드는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 회사는 완전히 새롭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객들을 안내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며 코로나19 전문업체로 소개했다.

코로나19로 로비업계가 호황을 맞았지만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로비업체들도 타격을 피하기는 어렵다. 정부 지원에도 수익 감소가 지속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로비업체들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제프 덴험 전 하원의원을 고용한 유명 로비업체인 ‘K&L’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메일에서 5월부터 임금을 15% 삭감한다고 통보했다. 폴리티코는 K&L이 코로나19와 관련해 2개 기업과 계약을 맺었지만 기존 고객들이 지출을 줄이자 임금 삭감에 들어간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