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웃픈’ 일의 연속… 농담의 힘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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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소설집 ‘농담을…’ 출간
“실없어 보이는데 괜찮은 사람
이야기도 그렇게 쓰고 싶어”

문지문학상과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아온 정지돈(37·사진) 작가가 짧은 소설집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마음산책)을 출간했다. 정 작가는 한국 문학의 미래로 불리면서도 ‘과연 이것이 소설인가’라는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역사와 예술 등 방대한 지식을 잘 섞어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특유의 글쓰기에 호불호가 갈렸다. 아슬아슬한 경계를 ‘즐길 수 있는 자’와 ‘즐길 수 없는 자’로. 이 즐길 수 없는 자에 책 제목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겹쳐진다. 지난 21일 마포 북티크에서 정 작가를 만나 책 제목에 대해 먼저 물었다.

“농담 싫어하는 사람이랑 같이 놀기 힘들지 않나요? 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인터뷰 초반부터 농담(弄談)이 오갔다.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 여기에 그의 삶과 문학적 지향점이 담겨 있다. “실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설도 그래요. 실없어 보이는데 꽤 괜찮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그런 바람들이 들어간 거죠.”

이번 글들은 읽기와 검색을 동시에 해야 했던 이전 작품들과 조금 다르다. 훨씬 가벼워졌다. 그렇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여전히 날카롭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진정한 자기계발을 위해 자기계발서를 출간하고(당신 인생의 자기계발), 비혼이 법으로 금지되자 체포를 피해 도망 다니고(지하 싱글자의 수기), 자신의 서평을 모은 단행본에 직접 서평을 쓴다(어느 서평가의 최후). 대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어처구니없는데, 그럴 법도 하다. 인생이 종종 그런 것처럼. 중요한 건 “쓰는 내내 즐거웠다”는 작가의 기운이 스며들었는지 더욱 재미있어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실없는데 괜찮다’. “곤혹스러움에 빠졌는데 이상하게 재밌을 때가 있잖아요. 흔히 ‘웃프다’고 하는 그런 것. 그때 ‘툭’하고 튀어나오는 즐거움. ‘농담의 힘’은 그런 것 아닐까요.”

하지만 그만의 독특한 쓰기 방식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여러 작품에서 해박함과 기발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정지돈 스타일’을 여전히 엿볼 수 있다. 소설집 제목이 될 뻔했다는 ‘당신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나도 당신들을 좋아하지 않겠다’가 대표적. 실제 존재했던 호텔 베인스의 철거 소식과 그에 반대했던 안드레아 마르티니 교수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에 역시 실존 인물인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의 유령이 등장한다는 설정 등이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경계선에서 독자는 연신 검색창을 두드려야 한다. 궁금하니까. 이것은 픽션인가 아니면 논픽션인가.

왜 이리 읽는 이를 ‘귀찮게’ 하냐고 물으니 자신이 그런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글쓰기에 대해 분야별로 너무 명확하게 규정해 놓은 것 같다”며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착각일 때도 있고, 적합하다고 믿었던 방식이 어느 순간 매너리즘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우리는 ‘새로움’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심한 편이잖아요. 제가 뛰어넘고 싶은 부분이에요. 적절한 방식으로 스며들어 독자들이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돕고 싶어요.”

‘명확한 규정’을 뛰어넘고 싶다는 정지돈의 ‘문학적’ 책임감은 ‘어느 서평가의 최후’와 ‘그리고 세상은 영화가 되었다’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두 작품 속 서평가와 영화평론가는 자신의 의도와 달리 얼떨결에 세간의 이목을 끌며 명성을 얻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기 상반된 결말을 맞이한다. 왜 그렇게 됐을까. “특별한 의도는 없어요. 그저… 그렇게 예상치 못한 불행과 행운이 오가는 것이 삶이자 예술이니까요.”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