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Q. 가까운 사람이 힘들어해도 남의 일 같고… 감정 없는 로봇 같아 괴롭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독자 고민

30대 회사원입니다. 저는 가까운 사람들이 힘든 일을 겪어도 남의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겉으로만 걱정하는 척 연기를 합니다. 슬픈 영화를 봐도 슬프지 않아요. 제가 위선자이고 감정이 없는 로봇 같아 괴롭습니다. 이런 제가 혹시 사이코패스는 아닐까요?

▶▶ 솔루션
A. 사람마다 ‘공감 능력’ 달라… 자신의 감정부터 共感하세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사람은 저마다 ‘공감의 원(circle of empathy)’이 다릅니다. 공감의 원이 너무 작아서 자신의 고통에만 머무르는 사람도 있고, 동물의 고통까지 자신의 고통처럼 느낄 만큼 공감의 원이 큰 사람도 있습니다. 공감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사람을 ‘공감맹(共感盲)’이라고 하는데요. 가장 대표적으로 ‘자폐증’과 ‘사이코패스’를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공감의 신경회로가 잘 배선되지 않아 어릴 때부터 공감능력에 큰 결손을 보입니다. 이와 달리 후천적인 공감맹도 있습니다. 이들은 공감의 신경회로는 잘 배선돼 있지만 공감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나 이 신경망이 발달하기는커녕 퇴화한 경우입니다. 학대와 방임 등은 물론이거니와 감정을 무시하는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일찍부터 감정에 굳은살이 박입니다. 아무리 울고, 아무리 힘들다고 소리쳐도 돌아오는 것이 냉담과 비난뿐이었던 이들은 자라면서 감정을 억압하게 됩니다. 이는 타인에 대한 공감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감정에도 무감각해지게 됩니다. 심각한 경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잘 못 느끼게 됩니다.

사연을 주신 분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아 힘든 것 같습니다. 자폐증이나 사이코패스는 이러한 욕구조차 느끼지 않기에 후천적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요? 아마 어떤 환경적 이유로 심한 감정억압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걱정하는 척하는 모습이 위선이라기보다 공감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다만 너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세우다 보니 자꾸 좌절하고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선 자신의 감정에 공감하는 연습부터 해보시길 바랍니다. 일상에서 ‘지금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지?’ ‘이 마음은 무엇이지?’라고 자꾸 자신의 감정에 관심을 두고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게 되면 ‘내가 지금 ∼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감정에 잘 공감하게 되면 타인의 감정에도 점점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공감의 원은 평생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더 커질 수도 있고 작아질 수도 있습니다. 부디 점점 그 원이 커지기를 바랍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