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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29일(水)
총선 승리가 ‘文 정책’ 승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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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코로나19 백신 개발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韓美정책 디렉터

코로나 위기가 총선 이슈 덮어
진보 주류 시대 판단 아직 일러
성공하려면 통합의 정치 필수


한국이 안정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저지한 데 이어 총선도 혼란 없이 치러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공중보건 체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민주주의 체제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고 선거도 제대로 치르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이 확산했지만, 한국은 그런 주장이 기우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모델이 됐다. 이 같은 총선 결과를 전 세계적인 국수주의적 경향 속에서 한국의 효율적인 관료 시스템이 거둔 아주 특이한 성공 케이스로 볼 수 있을까?

총선 승리 덕분에 문재인 정부는 향후 2년간 어젠다를 추진할 더 큰 기회를 갖게 됐다. 국정의 성공 여부는 문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지지가 성과에 기반한 것인지, 이념적 성향 때문인지를 식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총선은 코로나 관리에 대한 국민투표였다고 생각한다. 총선 승리를 이념 성향에 따른 투표 결과로 보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위기관리 신뢰에 따른 총선 승리를 자신의 기존 정책을 재차 밀어붙이는 동력으로 삼으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 정책들은 대개 소수 지지층의 이해관계에 부응할 뿐 대다수 여론은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총선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문 대통령은 좌파 정치인들이 지지하는 국수적 민족주의 감정에 편승해 이념에 기반한 국정을 펼 가능성이 있다. 그간 문 대통령이 견지해온 경제 정책이나 남북 협력 중심 대북 정책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 못하며 실패했다.

워싱턴의 일부 인사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한국의 정치 지형이 보수 주도에서 중도 좌파 쪽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1980년 미국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승리가 보수주의 시대 개막을 알리는 세대적 의미를 갖는 것과 같은 현상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4·15 총선 결과 그런 범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지형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코로나 위기관리는 한국 관료 시스템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인데, 노무현 정부 때는 볼 수 없던 것이기도 하다.

여당인 민주당이 총선 승리 후 이념에 집착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 성과를 낸다면 중도 좌파 시대로의 세대적 전환 주장이 맞았다는 것이 입증될 수도 있다. 현재 국면에선 새로운 보수 야당의 부상도 필요하다. 정치 스캔들과 무관한 세력이 실용적인 정책으로 무장한다면 여당이 무능력하게 부패에 침윤된 과거 정치 행태를 드러낼 때 과감히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총선 민의를 이념적 이슈 추진에 사용할 것이냐,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자산으로 쓸 것이냐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념적 정책 추진은 규제 완화 문제에서 노동자 이해관계를 최우선시하고 사법 개혁에 있어서도 적폐 청산에 중점을 두는 식으로 진행된다. 북한 김정은에 대한 유화정책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한·일 갈등을 부추기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한·미 동맹 틀 내에서 벌어지는 방위비 분담 및 대북 정책 갈등이다. 한국의 진보적 민족주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문 정부가 성과 중시로 나갈 경우, 그 바탕은 2017년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통합적 메시지가 될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이념적 갈등 극복과 사회적 평등, 부패 척결을 약속했다.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미·중 갈등의 파도를 넘기 위해서라도 외교적 노력을 배가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 그런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독특한 장점을 갖고 있다. 코로나 국면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문관료들이 보여준 역량 덕분에 한국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는 모델로 우뚝 서게 됐기 때문이다.

1차 팬데믹이 정점을 지나면서 많은 나라가 가을로 예상되는 2차 팬데믹에 대비하고 있다. 문 정부는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확보한 바이러스 데이터 및 광범한 분석 등의 보건 분야 자산,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정상화로 복귀하며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는 전략 등을 종합 모델로 만들어 각국에 제공함으로써 리더십을 얻을 필요가 있다. 백신이 개발돼 활용될 때까지 한국은 민주주의 우방국들이 효과적으로 선거 프로세스를 관리하며 경제 살리기 작업을 병행하는 방법에 대해 자문하고 지원해야 한다.

한국은 보건 관리 문제에 대해 정치적 접근법을 쓸 게 아니라 효율적인 관료 시스템을 강조해야 한다. 그럴 경우, 문 정부의 정책 성과로 인식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효과도 거둘 것이다. 여당 집권에 대한 긍정 평가를 지속시키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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