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해충 박멸 효과 없고 산불위험만 높은 논·밭두렁 태우기 근절해야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건조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매년 양간지풍에 의한 산불이 발생하고 있어 기상청 관계자들은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경고하고 있다. 양간지풍(襄杆之風)이란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강원도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서풍으로 국지풍의 한 종류다. ‘영동지방의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이며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에서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도 불린다.

추위가 끝나고 영농기 봄철이 시작되면서 해마다 농사일을 준비하기 위해 들판의 마른 풀에 붙어 있는 해충 알을 비롯한 모든 잡충을 태우는 풍습을 ‘논·밭두렁 태우기’라 한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잡고 들판의 마른 풀에 붙어 있는 해충 알을 비롯한 모든 잡충을 태워 없애고, 타고 남은 재가 거름이 돼 곡식의 새싹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한 소망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때는 1년 중 산불 화재가 가장 많이 나는 시기로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논·밭두렁 태우기는 산불 발생의 주원인이 돼왔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산불 발생의 원인은 논·밭두렁 태우기 45.7%, 쓰레기 소각 14.9%, 담배꽁초 10.1% 등의 순이다.

이렇게 논·밭두렁 태우기와 쓰레기 소각이 봄철 화재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논·밭두렁을 태우는 주목적은 해충을 박멸하는 것이나 농촌진흥청에서 최근 논두렁 0.75㎡에 서식하는 미세 절지동물을 조사한 결과 해충 비율은 5.5%에 불과했고 익충 비율은 무려 94.5%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논두렁을 태우고 1주일 뒤 같은 지역을 조사한 결과 미세 절지동물이 모두 줄어들었다. 특히 유기물을 분해해 농생태계의 물질순환에 큰 역할을 하는 톡토기는 82.1%가 감소하는 등 익충의 비중이 크게 줄었음이 확인됐다고 한다.

논·밭두렁을 태우다 인근 산, 심지어 민가까지 불이 옮아붙어 산불과 인명 피해를 주는 것을 우리는 매년 접해 왔다. 그렇기에 농협과 농촌진흥청 등에서도 1986년도까지는 논·밭두렁 태우기를 권장했으나, 최근에는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병해충 방제 효과는 없고 거미 등 해충의 천적들을 더 죽여 병해충을 확산시킨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해충 박멸 효과는 없고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 위험이 더 높은 논·밭두렁 태우기는 삼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봄철은 겨우내 쌓여 있던 마른 낙엽과 건조한 바람 등으로 작은 불씨도 산불로 번지기 쉽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산불이 급증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소방인력마저 피로가 누적돼 그 어느 해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자원인 산림을 보호하고 재산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제는 논·밭두렁 태우기를 근절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준법정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조기 종식 후에도 함께 누려야 할 우리 산림을 화재 없이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신상철·농협구미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