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송창식 ‘푸르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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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한국 가요계의 천재를 굳이 한 명만 꼽는다면 단연 지목될 인물.’ ‘한 시대를 풍미한 가객을 넘어 작사·작곡·창법 모두에 득도(得道)한 싱어송라이터.’ ‘한국적 정서·색채를 담은 특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거인.’ 송창식(73)을 두고 흔히 하는 표현들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이런 요지로 말한 적도 있다. “그는 대중가요를 일시적으로 불리는 유행가가 아니라, 영원성을 가진 노래로 여긴다. 그래서 가사도 멜로디도 시적·철학적이다.” 그런 송창식의 음악적 정수(精髓)를 보여주는 대표곡 중 하나는 1983년 5월에 내놓은 음반 ‘83 송창식’ 한쪽 면의 첫 곡 ‘우리는’이다. ‘우리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로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소리 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는’ 하는. 그 노래 속의 ‘우리는 연인’도 송창식은 남녀 사이를 넘어 폭넓은 의미의 상징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음반의 다른 쪽 면 첫 곡은 미당(未堂) 서정주의 시에 송창식이 곡을 붙인 ‘푸르른 날’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하고 시작한다. 자신의 시를 가요로 만드는 일을 탐탁지 않아 했던 미당이지만, 송창식에게만 작곡을 권했고, 완성된 노래를 듣고 흡족해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송창식을 “내 친구”라고도 자주 말했다. “시에 곡을 붙이는 것은 어렵다. 시 자체가 지닌 음악성을 훼손해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도 있는 송창식과는 ‘서로 예술로 통한다’는 취지다. 송창식은 중학교 시절에 ‘시는 어떤 감정이 드는 순간에 쓰지 않는다. 그런 감정의 알맹이를 가슴속에 넣어뒀다가 충분히 익어 소화되면 끄집어내어 시로 쓴다’고 한 미당의 강연을 듣고 감명받았고, 그 말을 항상 되새기며 음악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부인 한성숙과 공동 작사한, ‘어느 별 어느 하늘이 이렇게／ 당신이 피워 놓으신 불처럼／ 밤이면 밤마다 이렇게／ 타오를 수 있나요’ 하는 ‘사랑이야’ 등 그의 수많은 명곡이 탄생한 배경의 한 자락이기도 하다.

그가 경기 하남시에 있는 작은 규모의 송창식라이브카페 무대에 매일 오르는 것은 적은 관객이어도 날마다 노래하는 사람이기 위해서다. 그의 ‘푸르른 날’ 등 대표곡들을 육성으로 듣는 것이 더 가슴 벅차게 느껴질 5월이다. 푸르른 봄을 봄답게 보내기 어려운 올해여서 더욱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