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코로나와 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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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저출산과 1인 가구 급증 등으로 전통적 가족의 모양과 역할이 대전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겹쳤다. 이런 가운데 맞는 가정의 달 5월은 더욱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내일은 제98회 어린이날이고 8일은 어버이날이다. 코로나 사태는 가족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면서 한편으로 ‘비대면(untact) 접촉’이라는 전혀 새로운 인간관계를 확산시킨다. 여기에다 청년 고용절벽과 재정 적자 등 미래 세대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생명보험재단이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일을 기점으로, 전후 100일간 접수된 상담 결과에 따르면, ‘대인관계’ 고민은 40% 감소한 반면 ‘가족 갈등’을 겪는 상담 건수는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늘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과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가족 사랑이 더 깊어지기도, 예기치 못했던 불행으로 치닫기도 한다. 서로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갈등이 늘어나고 심지어 ‘코로나 이혼’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이다.

지갑 속이나 회사 책상머리에 가족사진을 놓아둔 모습을 주변에서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삶이 힘들 때 바라보면 책임감은 강해지고 힘들다는 생각은 멀리 달아난다. 반대 경우도 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지갑 속 배우자 사진을 보면서, ‘이 사람과도 여태껏 살아왔는데 이까짓 힘든 거 못 견디겠어’라며 위안 삼는 경우다. 코로나 사태로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늘면서 긍정과 부정의 측면이 교차해 나타난다.

이번 어린이날에 서울 어린이대공원은 매년 열어 오던 어린이날 행사를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전면 취소했다. 과천 서울대공원 역시 어린이날 행사를 열지 않기로 해 어린이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린이날이 제일 고민’이라는 말도 나온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고향에 다녀오기도 조심스럽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급증해 ‘펫팸족 1000만 명 시대’가 됐다. 인공지능(AI) 로봇도 가족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회적·물리적 거리는 두더라도 가족을 보듬는 심리적 거리만큼은 오히려 더 가까워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