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게임 중독’ 작년에 새 질병 등록… 트랜스젠더 ‘性정체성 장애’ 규정했다 삭제

- 논란 많은 국제질병분류

‘꾀병’정신·행동·신경발달장애
머리카락 삼킨‘위장내 모발위석’
‘젖소에게 물림’도 질병으로 정의

세계보건기구(WHO)가 역대 연례 총회(WHA·세계보건총회)에서 논의했던 국제질병분류는 줄곧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WHO는 지난해 ‘게임 중독’을 새로운 질병으로 등록한 데다, 과거에도 성 소수자를 정신질환자로 규정했던 전력이 있어 새로운 질병 분류 때마다 상당한 비판에 직면해왔다.

당장 가까운 사례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집에 있는 동안 음악 감상과 독서, 게임을 하자”면서 대응책을 권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지만,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WHO의 행보와는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WHO는 지난해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했고, 게임이용 장애에 ‘6C51’이라는 질병코드까지 부여한 국제질병분류 제11차(ICD-11) 개정안을 냈다.

당시 WHO는 게임 중독을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며 중독성이 지속되고,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계속하는 행위’라고 정의했지만,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게임에 부정적인 낙인을 찍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WHO가 성 소수자의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을 질병으로 분류했던 사실도 총회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WHO는 불과 2년 전까지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성정체성을 국제질병분류에 ‘성정체성 장애’라는 정신질환으로 기록했다. 해당 항목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의료보험 거부, 고용 차별 등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WHO는 2018년에서야 “성정체성이 정신질환이라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생길 수 있다”며 목록에서 삭제했다. 앞서 WHO는 1949년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했다가 1990년 5월 17일 총회에서 “(동성애나 이성애 등) 성적지향 자체는 장애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국제질병분류 10차(ICD-10) 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5월 17일은 세계 성 소수자 차별 철폐의 날로 지정되기도 했다.

WH0는 종종 의학적인 문제가 아닌 것을 의료화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지난해 총회에서는 아프다고 핑계를 대는 ‘꾀병(QC30)’이 정신·행동·신경 발달 장애로 분류됐다. ‘저장 장애(6B24)’는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충동적으로 물건을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버리지 못하는 행위’라고 정의된 뒤 강박 신경증으로 명시됐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낙뢰에 맞은 번개 피해(PJ00), 우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우주선 충돌(PD7Z), 머리카락을 삼키는 버릇 등으로 생기는 위장 내 모발위석(ND73.20) 등이 ICD-11 개정안에 포함됐다. 앞서 ICD-10에는 젖소에게 물림(W55.21), 무중력 환경에서 장기 체류(X52), 도서관에서의 상처(Y92.241), 기괴한 외관(R46.1)이 질병코드로 등록됐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