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의존증 악화와 미래세대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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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경제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양한 처방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지난 3월 내과 의사이자 경제학자인 앨런 가버 하버드대 교무처장과 함께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제안은 인상적이었다. 로머 교수는 방역 일변도의 정책은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보건과 경제를 함께 고려해 균형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중요한 건 다음이다. 로머 교수는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코로나19 진단 시스템 구축 △마스크 등 개인 보호 장구의 충분한 보급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머 교수의 주장을 우리나라에 대입시키면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때 마스크 대란을 겪긴 했어도 마스크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데다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는 듯하지만 저렴한 진단 시약이 신속하게 제공됐기 때문이다. 로머 교수 공식에 따르면 종합적인 보건·경제 정책 수행의 전제 조건을 구축하는 데까지는 성공한 편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얘기가 다르다. 정부 스스로 균형감 있게 종합적인 보건·경제 정책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기 바쁜데 일러도 너무 이르다. 오히려 정책 수행 과정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재난 지원 명목의 퍼주기 정책은 향후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초 핀란드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된 기본소득 제도를 들여와 1인당 10만 원씩 나눠줬다. 정작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 동안 25∼59세 실업자 2000명을 대상으로 매달 560유로(약 74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 바 있다. 핀란드 VATT경제연구소는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1년간의 취업 효과를 분석한 결과 기본소득 실험의 취업 효과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 지사 주장대로 피실험자 삶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우울, 슬픔, 외로움 등이 덜해진 면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최우선 고려 요소인 취업 분야에서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 기본소득 실험은 실패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듯싶다. 정부 차원의 긴급 재난 지원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비자 후생과 소비 진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공되고 있으나 지난 4·15총선 표심을 사기 위한 술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맞아 복지 남발이 너무 쉽게 용인되고 있는데 이 같은 현금살포형 복지정책은 최대한 깐깐하게 진행되는 게 옳다. ‘미끄러운 경사면’에 한번 올라타면 대격변이 발생하기 전에 돌이키거나 내려오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의 무한 확대, 적자가 쌓여가는 통합교통시스템 등이 그랬다. 정부 시혜에 대한 의존 성향은 너무 쉽게 몸에 배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방향일 수도 있다. 대신 부담과 피해는 후세대가 고스란히 지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닥쳐보지 않고는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