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구리 투표지 분실’ 몰랐다

민경욱 폭로에 뒤늦게 인지
부정선거 의혹 미온적 대응
관리·감독 부실 논란 키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개표 조작의 증거라며 투표용지를 공개하기 전까지 분실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의 관리 소홀이 선거 부정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선관위는 당시 경기 구리시 수택2동 제2투표소의 투표자 수와 투표용지 교부 수가 같지 않자, 투표용지 등이 들어 있는 선거 가방의 봉함·봉인을 뜯어 잔여투표용지 매수를 확인한 뒤 ‘이상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다시 선거 가방을 봉함·봉인했고, 개표가 끝난 뒤 관할 구·시·군 선관위로 인계했다. 문제는 잔여투표용지 매수를 확인한 후 몇 시간 동안 해당 선거 가방이 다시 봉함·봉인되지 않은 채 열려 있었는지 선관위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몇 시간이 열려 있었는지, 그 사이에 누가 가져갔는지는 수사기관에서 파악해야 한다”며 “민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뒤 다시 확인했을 때는 봉함·봉인돼 있었다”고 말했다. 관리·감독에 둔감했던 선관위가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민경욱 의원은 “선관위는 투표지가 없어진 것도 몰랐는데, 이건 관리가 안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또 “투표지를 왜 개표소로 가져갔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선관위는 “원래 잔여투표용지는 봉투에 담아 투표함과 함께 개표소에 인계된다”며 “문제가 있을 경우 (봉함·봉인을) 뜯어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 선거관리, 투·개표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아직도 19세기 적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선관위로부터 수사 의뢰 공문을 접수해 이번 주 내로 사건을 일선 수사팀에 배당할 계획”이라며 “일단 유출 경위를 확인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상황에 따라 민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총선 개표조작 의혹 전반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김현아·윤명진·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