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분의 1 기적… 혈액암 환자 생명의 불씨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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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군사경찰단 홍창현 중령
유전자 일치 조혈모세포 기증
25년전 세포은행에 등록 인연

군사경찰(옛 헌병) 소속 공군 장교가 생면부지의 혈액암 투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 꺼져가던 생명의 불씨를 살려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공군본부 직할 공군군사경찰단 홍창현(47·공사 44기·사진) 중령이다.

홍 중령은 1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침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던 날이 제 생일이었다”며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어 제 생애 최고의 선물이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홍 중령은 지난주 전북 모 병원에서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 전날 업무에 복귀했다.

홍 중령은 1996년 1월 사관생도 시절, 미 공군사관생도였던 한인 성덕 바우만 생도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며 급하게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를 돕기 위해 한국 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기증희망자로 등록, 협회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비혈연 관계의 기증자와 환자의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은 극히 희박했기 때문에 홍 중령은 당시 조혈모세포를 성덕 바우만 생도에게 기증하진 못했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생산할 수 있는 어미 세포로, 정상인의 혈액 중 약 1%에 해당한다. 비혈연 관계의 경우 상호 간 유전자 일치 확률은 2만 분의 1(0.0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5년의 시간이 흐른 올해 2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홍 중령은 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유전자가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한 치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심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홍 중령은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자녀들에게 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공군 측은 “홍 중령이 공군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헌신’을 몸소 실천해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