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회심’은 필연적 결과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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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평전 / 톰 라이트 지음, 박규태 옮김／비아토르

서구어권에서 ‘다메섹(다마스쿠스)으로 가는 길’(The Road to Damascus)은 어떤 사람의 신념이나 성품이 갑자기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을 때를 가리키는 관용구로 쓰인다. 사울이란 이름의 바리새인으로, 열정적인 예수운동 박해자에서 추종자로 한순간 급변한 사도 바울의 ‘회심’을 말한다. 종교로서 기독교의 토대는 바울이 깔았으니 교회사를 넘어 세계사를 바꾼 순간이다. 초기 예수운동을 제대로 이었는지를 놓고 그에 대한 호불호는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초기 기독교 역사가이자 영향력 있는 신약학자, 영국 성공회 주교를 역임한 저자는 바울의 ‘급작스러운 회심’에만 초점을 맞추는 시각에 회의적이다. 이는 급작스럽지도 예상치 못할 일도 아니며 오히려 구약에 충실했던 진실한 한 사람이 갈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당시 유대교는 어떤 ‘종교’가 아니라 조상 때부터 내려온 삶의 방식을 열심히 전파하고 변호하는 ‘활동’이었으며, 따라서 이를 흔드는 예수의 추종자들은 뿌리 뽑아야 할 대상이었다.

구약의 하나님 약속에 충실했던 그가 그 모든 약속이 예수 안에서 성취됐다는 깨달음과 확신을 얻고 예수의 사도로 바뀐 건 자연스럽다. 740쪽, 3만5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