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방한 약속 한·미 관계에는 긴장요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내 방한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 빅이벤트가 시 주석의 방한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이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한·중 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이 한·미관계에 적잖은 긴장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시 주석은 13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올해 중 방한하는 데 대해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한·중관계에 있어 시 주석의 방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양국이 시 주석의 방한 시기를 구체적으로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화는 시 주석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상황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도 한·중 정상이 연내 시 주석 방한 방침을 재확인한 것은 한·중 모두 양자 관계 개선에 상당한 외교적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시 주석 방한으로 한·중 경협이 확대되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악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북 정책에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최근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 내에서 동맹국들이 중국 견제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 화웨이 제재 행정명령 1년 연장과 미국 연방 퇴직연금의 중국 주식투자 중단을 지시하는 등 대중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 공화당은 중국에 코로나19 은폐 책임을 물어 금융, 여행, 비자, 대출, 미 증시 상장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제재를 가하는 ‘코로나19 중국 책임법’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이 주고받을 경제협력 패키지가 가뜩이나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결렬로 껄끄러운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한·중 기업의 협력 분야로 ‘5G기지국 건설’ ‘특고압’ ‘고속철도’ ‘신에너지자동차충전소’ ‘빅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산업네트워크’ 등 7대 분야를 제시하기도 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한국에는 불행한 일이지만 향후 미·중 관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5G 등 신산업 분야에서 한·중 협력이 한·미관계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외교 안보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