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숭현의 지구문답>대륙은 바다와, 해양은 중심에 가까울수록…지각이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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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각 두께 평균 30㎞ 내외
해양은 두꺼워도 10㎞ 안넘어

대륙이 해수면보다 솟아있는건
해양지각보다 밀도가 낮기때문

사람은 기본적으로 땅(地)에 의지해 사는 존재다. 땅은 흙과 바위 모두를 포괄하지만 흙의 이미지가 압도적이다. 사람에게 바위보다는 흙 위의 삶이 보편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서양이 인간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인식을 공유했던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자연의 변화를 기술하는 동양의 모델인 오행, 즉 금목수화토는 방위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토가 중앙이며 중계 기능을 한다. 서양의 경우 지수화풍의 사원소를 만물의 근원이라 주장했는데 그중 지, 즉 ‘earth’가 인간을 구성하는 핵심 원소다. 본래 흙을 의미하는 earth가 지구 전체를 뜻하는 개념으로 확장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地球’도 ‘둥근 땅’이라는 의미인데 비슷한 맥락 같아 보인다. 요컨대 땅은 인간과 정서적으로 친숙하게 얽혀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추상화된, 그래서 객관화하기 어려운 복합적 관념인 것 같다.

땅이라는 관념은 삶과 주변 환경에 대한 깊은 인식을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구를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엔 조금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땅의 관념으로 “땅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가?” “왜 땅은 가라앉지 않는 것일까?” “바다 밑도 땅으로 볼 수 있는 것일까?” “바다는 깊은 것이며 산은 높은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 만족스럽게 답하긴 어려울 것이다. 지구과학은 ‘둥근 땅’이라는 애매한 관념에서 벗어나 지구를 다양한 물질로 구성된 운동·변화하고 있는 구형의 물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지구는 유사한 특성을 가진 물질을 무리 지어 구분하면 바깥에서 안으로 지각-맨틀-핵의 차례로 나타나는 삼중 구조다. 지각은 말 그대로 지구의 껍질이며 인류를 비롯한 뭇 생명체들과 가장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지각은 지구 전체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1% 미만으로 아주 작다. 전통적인 ‘땅’의 관념과 공유하는 부분이 가장 많은 지각은 해수면 위에 드러나 있는 대륙 지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바다 아래의 지각, 즉 해양 지각은 대륙 지각과 그 특성이 여러 가지로 다르기 때문이다.

‘땅’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흙이 대륙 지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일부다. 대륙 지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화강암이라는 암석이기 때문이다. 설악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하얗거나 분홍 빛깔의 광물 결정 바탕에 어두운 빛깔의 광물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바로 그 돌이 화강암이다. 반면 해양 지각은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돌, 즉 현무암 계열의 암석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지각 아래 맨틀과 핵 역시 각기 다른 물질들로 돼 있다.

대륙 지각과 해양 지각은 구성물질뿐만 아니라 두께도 다르다. 대륙 지각은 평균적으로 30㎞ 정도의 두께지만 25∼70㎞ 사이의 큰 변이를 나타낸다. 해양 지각은 평균 6㎞ 정도의 두께인데 아주 두꺼운 곳도 대개 10㎞를 넘지는 않는다. 두 지각은 평균 밀도에도 차이가 있어서 대륙 지각의 밀도가 해양 지각보다 낮다. 대륙 지각이 해수면 위로 솟아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밀도와 관련이 있다. 맨틀의 밀도는 지각들보다 훨씬 높은데 이 때문에 지각이 맨틀 위에 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진과 화산으로 흔들려도 지각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지구가 대체로 무거운 것 위에 가벼운 것이 놓여 있는 안정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륙 지각과 해양 지각은 나이도 다르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대륙 지각의 나이는 44억 년에 달한다. 지구의 나이가 46억 년이란 걸 생각해 보면 지구 탄생 초기의 대륙이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수십억 년 나이의 오래된 지각들은 대체로 대륙의 복판에 분포한다. 대륙의 나이는 연변으로 갈수록 수억 년으로 젊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이는 대륙의 성장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해양 지각은 가장 오래된 것이 2억 년에 불과하며, 젊은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인간보다도 젊다. 해양 지각은 대륙에 가까울수록 연령이 오래됐고 바다 한복판으로 갈수록 젊어진다. 바다 한복판 아래에서 만들어져 대륙 쪽으로 이동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