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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문10답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19일(火)
‘코로나’ 이후 만성질환자 등 비대면진료 대상 확대 요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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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靑이 불붙인 ‘원격의료’ 도입 논의

“의료死角 해소되고 유용” vs “대형병원 쏠림·오진 우려” 팽팽

靑 “체계구축 시급” 밝히자
기재부도 “제도 기반 필요”
민주당선 일단 신중하지만
차기국회서 법안 낼 가능성

의협 “절대 불가” 강력반발
“초기진단 잘못땐 생명 위험”
진보진영도 “영리화 우려”

美·中·日·유럽은 이미 도입
의료비 되레 오를 것 관측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에서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떠올랐다. 먼저 불을 붙인 것은 청와대다. 원격의료는 국내에서 아주 오래된 논쟁으로 의료계의 반대로 그동안 번번이 도입이 무산됐지만 최근 청와대가 의지를 보이면서 보건복지부도 전향적으로 돌아섰다.

외국에서는 이미 원격의료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대부분 국가가 도입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의 원격의료시장 규모는 28억7870만 유로(약 3조8160억 원), 중국은 13억6700만 유로, 일본은 3억9710만 유로에 달한다.

한국은 일본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 원격의료의 정확한 개념과 방식, 법률적 문제 그리고 향후 의료 서비스 변화 모습 등을 10문10답을 통해 알아본다.


1. 원격의료 도입 추진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지난 13일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 상담 진료가 17만 건 정도 나왔으니 자세히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보겠다”며 원격의료 검토 입장을 밝힌 것을 계기로 원격의료 관련 논의가 촉발됐다. 청와대는 코로나19 사태 때 의료진 보호와 의료 접근성 보장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월 전화 진료를 허용해 시작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의료 영리화나 대형병원 위주의 진료, 오진 가능성 등 그간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불식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단 청와대도 원격의료 추진이 자칫 불필요한 논쟁으로 기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허용하고 있는 것은 원격의료가 아니라 비대면 의료”라며 “이는 의료 영리화와는 상관이 없고 오히려 의사의 안전한 진료와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위한, 그래서 오히려 공공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 당·정·청 엇박자

원격의료는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이용해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마주하지 않고 하는 진료를 말한다. 청와대 등 여권 일각에서는 원격의료와 비대면 의료는 다르다며 기존의 원격의료 개념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두 용어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는 시각이 많다. 대신 이들이 언급하는 비대면 의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 의료 상담 및 처방에 방점을 두고 있다. 청와대가 원격의료 육성에 대한 분위기를 띄우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지만, 여당은 의료 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원격의료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하거나 당정이 협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원격의료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18∼20대 국회에서 꾸준히 발의됐지만, 여권 지지층의 거부감, 의료계 반발 등으로 인해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3. 원격의료 적용 대상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면 진료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로 둘지도 관건이다. 그동안 진행된 시범사업의 경우 의사-격·오지 환자 간에 이뤄졌고, 제출된 의료법 개정안 역시 대상이 오지 주민, 만성 질환자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논의가 진행될수록 대상도 쪼그라드는 양상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섬 등 오지 거주자, 만성 질환자, 정신 질환자, 수술·퇴원 후 관리 필요 환자, 거동 불편 노인과 장애인, 성폭력 및 가족폭력 피해자 등이 대상이었다. 수정안에서는 도서·벽지 주민, 교정시설 수용자, 원양선박 승선자, 군인과 거동 불편 노인·장애인 등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사람이나 고혈압 등 주요 만성 질환자로 범위를 좁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군부대, 원양어선, 교정시설, 도서·벽지 등을 중심으로 한 의료 사각지대에 한해 원격의료 허용이 논의돼 왔다. 만성 질환자와 노인·장애인 등을 제외할 경우 대상은 128만 명에서 8만 명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4. 법안 발의될까

민주당은 2018년 8월 당정 협의를 통해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도서·벽지 주민에 한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제한적인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의원 다수가 ‘의료 산업화·영리화’라며 반대했고, 일부 시민단체와 의료계 일각의 반발도 있어 법안 발의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비대면 의료가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비대면 의료 대상을 확대하자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기존에 당정이 합의했던 네 가지 상황보다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이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장점을 경험한 만큼 21대 국회에서 좀 더 진전된 안(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21대 국회가 시작돼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5. 동네 의원 죽이기?

비대면 진료가 도입될 경우 대형병원 위주로 환자가 몰려 개인·중소병원과 동네 의원들은 설 자리가 더욱 없어질 것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 2월 2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일시적으로 운영한 전화 상담 전체 26만2121건 중 의원급에서 10만6215회, 병원급에서 2만7942회가 진행되는 등 절반가량이 동네 병·의원에서 진행돼 쏠림 현상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실제 비대면 진료가 도입되더라도 우려하는 만큼의 쏠림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의료계에서는 회의적인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임시 운영 기간만 두고는 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비대면 진료가 도입돼 대형병원 등에서 본격적인 인프라 및 인력 투자를 하면 격차가 발생해 쏠림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병·의원급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등 단계적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장기적으로 상급종합병원까지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 역시 쏠림 현상을 막기는 어려울 수 있다.

▲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추진에 반대하는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6. 의료서비스 개선 기대와 우려

원격의료는 반복적인 처방이 이뤄지는 환자나 이동이 불편한 환자의 진료에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혈압, 당뇨 등 평생 비슷한 약을 반복적으로 복용하는 경우 환자가 스스로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고 의사와 원격으로 상의해 처방하는 식이다. 의료시설이나 인력이 부족한 소외지역도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원격의료에 필요한 시스템, 기술을 해외 판매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오진 가능성이다. 원격의료는 모니터링 수준에 불과하기에 자칫 초기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기회를 놓치면 환자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원격의료는 대면 진료를 대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진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어 그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또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자금동원력이 있는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 간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좋은 원격의료 시설을 갖춘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환자의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7. 한의학계는 왜 찬성하나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의료계와 달리 한의학계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이제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할 때가 됐다”며 “정부의 원격의료 허용 방침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의사들이 원격의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환자의 직접 방문이 필수적이지는 않은 일부 한방치료에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기간 투여가 이뤄져야 하는 첩약치료 중 주기적인 점검을 위해 매번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중간 점검 진료는 원격의료로 해결할 수 있다. 또 한의학이 예방의학에 강점이 있어 원격의료가 적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의협은 2016년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당시에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으로 동네 의원과 지방 병원의 진료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등 의료질서가 파괴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8. 의료비용 저렴해질까

원격의료 비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관련 서비스의 ‘의료 수가’를 어떻게 책정하는가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선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원격의료가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서비스에 필요한 진료·통신 장비가 고가이고, 관련 구매 비용이 고스란히 환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원격의료로 약을 처방할 경우 약국에서 조제가 가능하도록 약국도 원격 조제가 필요하고 또 직접 본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약 택배 방법도 있어야 하는데 관련 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화,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엔 대면 진료보다 의료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미국의 한 보험사가 4만 건의 원격진료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원격진료를 통해 평균 88달러를 절감했다.


9. 미국·일본은…

세계 주요 국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스카이프’나 아이폰의 ‘페이스타임’ 등 통신기술을 활용한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3대 민간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원격의료 서비스 정책을 확대해 환자가 집에 있는 동안 수행되는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의료 사업자가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1990년대 시작해 미국 국민 25%가 원격진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 원격의료 시장 70%를 차지하는 ‘텔레닥’은 화상·전화·인터넷으로 10분 내 등록 의사의 진료를 받게 해준다. 일본 원격의료도 1997년 도서 벽지 주민에게 시범적으로 시행된 뒤 2015년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전국으로 확대됐다. 섬이 많은 데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의료비 지출 증가로 골머리를 앓는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진료 대상을 초진 환자까지 확대했다. 2018년부터 원격의료에 건강보험까지 적용했다.


10.‘AI진료 시대’의 서막인가

‘심야에 갑자기 몸이 아프다. 휴대전화의 앱을 켜고 증상을 얘기하면 인공지능(AI) 의사가 처방을 내려주거나 24시간 대기 중인 의사가 바로 연결돼 진료를 시작한다. 이후 의사의 처방을 바탕으로 약이 집으로 배송된다.’ 미래공상 영화가 아닌 현실이다. 2018년 중국의 ‘핑안굿닥터(平安好醫生)’가 “3년 안에 의사 없는 AI 진료소 수백만 곳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던 ‘무인 의료, 원격진료’의 현실 세계다. 여기에 AI 의사 기능까지 추가돼 간단한 증상의 경우 AI가 직접 진료하며 약은 이틀 뒤 집으로 배송된다. 이러한 원격진료는 대면 진료와 비교해 그 비용이 3분의 1로 줄어 저소득층의 의료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아직까지는 여전히 진료는 의사가 주도하고 AI는 보조 역할이지만, 한 달에 6000만 건에 달하는 대량의 진료 경험치가 빅데이터로 축적된다면 AI가 최고의 개인 주치의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세대(G) 통신기술의 발달로 실시간 화상 원격진료의 부작용을 대부분 해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병기·최재규·박민철 기자
e-mail 민병기 기자 / 정치부 / 차장 민병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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