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대통령 경호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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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우리는 매일 죽음을 훈련한다.” 대통령 경호원은 출근할 때마다 이런 다짐을 한다. 총소리가 나면 일반인은 본능적으로 숨을 곳을 찾지만, 경호원은 몸을 던지는 훈련을 반복한다.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으면 대통령 대신 총탄을 막을 수 없다. 영화 속에서는 경호원이 멋있게 그려지지만 매 순간 긴장하고 본능과 싸워야 하는 극한직업이다. 시력도 0.8 이상에 안경이나 렌즈를 끼면 안 된다. 보통 청와대 경호원의 무술 실력은 태권도, 유도 등 합이 두 자릿수를 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대통령 경호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취임한 1963년 만들어졌고 이전까지는 경무대 경찰대가 맡았다. 유럽 국가들에선 대부분 경찰이 대통령과 총리의 경호업무를 담당하고, 미국은 재무부의 비밀경호국(SS)에서 출발했다가 9·11테러 이후 국토안보부 비밀수사국이 담당하고 있다. 경찰에 맡기는 것은 자칫 경호실이 대통령 친위대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데,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로 옮기는 것을 약속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철회했다.

역대 경호실 중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차지철 경호실장이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졌지만 ‘10·26 시해사건’이라는 불명예로 막을 내렸다. 당시 차지철은 ‘국기 하강식’ 이벤트를 만들어 장차관과 장성들을 불러 참석하도록 했고, 비상시엔 수도방위사령부를 지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도 가졌다. 전설적인 경호원은 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YS) 대통령을 경호했고, YS 시절 경호실장까지 했던 박상범 씨다. 경호실 공채 1기인 박 전 실장은 1974년 8월 15일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세광이 쏜 총성이 울리자 가장 먼저 뛰어나와 박 전 대통령을 몸으로 막았고, 10·26 때는 궁정동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요원으로부터 총 4발을 맞았으나 확인 사살을 피한 덕에 극적으로 살았다.

문 대통령은 최근 주영훈 경호처장을 교체하고, 유연상 차장을 처장에 임명했다. 임기 중반의 교체는 의외다. 그동안 여러 갑질 의혹이 나왔고, 경호원들의 휴대전화 감찰, 적폐 청산 등으로 경호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경호를 총괄 지휘해야 할 경호처장이 항상 대통령 옆에 노출되는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경호와 정치는 멀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