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스펙트럼>‘집관’ 해보니… 가족愛 홈런입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온가족 “한동민 파이팅!” 나석현 씨와 아내, 아들이 지난 16일 집에서 SK와 NC의 프로야구 랜선응원을 펼치다 2회 말 SK 한동민의 홈런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이날 경기가 열린 SK행복드림구장 전광판에 나 씨 가족이 클로즈업됐다.(아래 사진)

- 프로야구 ‘랜선응원’ 이색 풍경

‘직관’ 현장 열기 없어 아쉽지만
유니폼 입고 “이겨라, 힘내라 !”
집 소파서 즐기는 남다른 재미
5회 끝나고 인터뷰 초대 받기도

휴대전화·TV로 경기장과 소통
전광판엔 응원 영상·음성 송출

직관(직접 관전) 대신 집관(집에서 관전)한다.

올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장에서 즐기기가 아직은 어렵다. 당분간은 무관중경기로 진행된다. 썰렁한 관중석을 응원 문구가 적힌 현수막, 입간판, 인형 등으로 채우지만 ‘생기’가 돌 순 없다. 특히 프로축구단 FC 서울은 어이없게도 관중석에 ‘리얼돌’을 배치,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관중석의 주인은 역시 팬. 텅 빈 관중석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아직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팬이 팀과 함께하는 방법은 있다. 바로 랜선(온라인)응원이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으로 모여 함께 경기를 즐기고 응원한다. 카메라만 있다면 경기장 안으로 랜선을 통해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지난 16일 토요일. 나석현(41·회사원) 씨와 가족은 인천 부평의 집에서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SK-NC(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경기 랜선응원에 참가했다. 나 씨는 뼛속까지 SK 팬이다. 나 씨는 아들인 현우(11·경인교대부설초), 아내 김선화(40·주부) 씨와 함께 1년에 최소 10번 이상 SK 홈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찾는다. 하지만 올해는 랜선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SK는 지난 5일 개막전부터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과 인천SK행복드림구장 대형 전광판 빅보드를 실시간으로 연동, 팬들의 응원 장면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SK는 집관 팬의 영상, 음성을 실시간으로 송출한다. 온라인으로 접속한 팬들은 응원단과 장내아나운서의 리드에 맞춰 타석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응원가를 부른다. 경기장이 아닌 집에서.

나 씨 가족은 랜선응원을 위해 소파 뒷벽에 ‘♥SK’라는 문구를 붙였고 스케치북에 ‘SK 홈런 ♡’ ‘SK ♡ 힘내라.’ 등을 적었다. 화면을 향해 흔들어 SK 선수단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서다.

SK의 랜선응원은 접속 인원이 제한되기에 선착순으로 입장한다. 나 씨 가족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면서 경기 시작 10분 전인 오후 4시 50분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클릭하자 온라인 응원단으로 당첨됐다. “됐다! 됐어!”라며 나 씨네 가족은 소리치더니 집관을 위해 소파에 앉았다.

경기가 시작된 뒤 나 씨 가족의 응원은 끊이지 않았다. SK의 공식 응원가는 물론 SK 타자들이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선수별 응원곡이 거실에 울려 퍼졌다. 0-0이던 2회 말 SK 강타자 한동민의 홈런포가 터지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5회 말이 끝나고 클리닝타임. 나 씨 가족은 특별 인터뷰에 초대됐다. 정영석 SK 응원단장은 홈경기 클리닝타임에 랜선응원 중인 팬들과 대형 전광판을 통해 소통한다. 현우가 가족 대표로 정 단장과 인터뷰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라는 질문에 현우는 “한동민!”이라고 외쳤다. 현우는 “한동민 선수의 호쾌한 스윙은 너무 멋져요”라면서 “오늘 홈런을 쳐 너무 기뻐요”라고 말했다.

나 씨는 “경기장에서 가서 아들, 아내와 함께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지를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면서 “하지만 가족이 집 소파에 나란히 앉아 편안하게 즐기는 것도 남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 씨는 “올해 시작이 잘 풀리지 않지만, SK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적은 좋지 않지만, 팬들과 함께 하는 응원은 SK가 1등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SK 랜선응원에는 다양한 팬들이 몰렸다. 가족 단위의 접속자를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가 랜선응원에 참가했다. SK의 유니폼을 챙겨 입고, 응원 도구를 잊지 않았다.

임성순 SK 고객가치혁신그룹 매니저는 “애초 100명 이상의 팬들을 모시려고 했지만, 전광판 화면에 100명이 등장하면 얼굴이 작게 나올 수밖에 없고 음성이 겹치기도 한다”면서 “30명으로 제한된 인원이지만, 얼굴과 음성이 최대한 전광판에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에선 SK뿐만이 아니라 NC와 KT, KIA, LG, 롯데 등도 랜선응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KT는 SK와 비슷한 비대면 라이브 응원전을 진행하고, 접속한 팬의 영상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LED 전광판 스크린에 송출한다. 다른 구단들도 팬들이 보낸 응원 메시지, 집에서 응원하는 집관 인증 사진을 전광판을 통해 소개한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도 랜선응원은 대세다. 16일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대구 FC-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대구 팬들은 온라인 플랫폼 아프리카TV 생중계 창에 모였다. 대구는 구단 리포터 김효진, 치어리더들로 자체 방송을 진행했고 대구 팬들은 이곳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대구는 경기 정보가 새겨진 티켓과 구단 스티커 등을 약 5000명의 팬에게 제공했고, 팬들은 선물을 받았다는 인증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릴레이로 올렸다. 온라인, 실시간 소통은 무관중경기가 사라지더라도 하나의 트렌드로 팬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글·사진 =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