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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21일(木)
日 역사왜곡, ‘최초의 주범’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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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왜곡 망언 등을 일삼는 일본 우익단체들이 ‘한일 단교’ 등을 외치며 혐한 시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아오야기 쓰나타로의 조선정탐과 출판활동 최혜주 지음/한양대학교 출판부

일제 강점기 언론인 아오야기
“생활난 때문에 3·1운동 발생”

“타율성·후진성·당파성 만연
日아니라도 열강에 병탄운명”
‘日의 병합은 합법’억지 논리


지난해 한·일 갈등이 깊어졌을 때 일본 대표 잡지 ‘주간 포스트’는 “한국인 자체가 병”이며 “10명에 한 명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글을 게재했다. ‘한국인은 화를 참지 못하고, 의존적이며, 염치가 없고, 후진적이다’라는 프레임은 일본 혐한(嫌韓) 잡지들의 전매특허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또한 이 ‘근거 없는 비방’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비슷한 이야기가 일제강점기 언론인 아오야기 쓰나타로(靑柳綱太郞·1877∼1932)의 책에도 나온다. “한국은 ‘만성병자’로, 의사들도 손을 놓은 상태에서 누구도 의사의 치료를 받으라고 주장하는 자가 없다.”(조선사화와 사적, 1926) “조선인에게는 내세울 만한 정신이 없다. 음험하고 비열한 개인주의가 심하다.”(조선통치론, 1923)

대한제국 시기 부산지역에서 통신원으로 활동했던 아오야기는 후에 통감부 우편국장, 재정고문부 재무관, 궁내부 주사를 지냈다. 그는 조선의 문화, 풍속, 민족성 등 조선 사회의 실태 파악에 주력하기 위해 조선에 30여 년이나 체재했다. 그러면서 고서 40여 권을 번역하고, ‘조선사화와 사적’ ‘조선통치론’ 등 30여 권의 책을 쓴다. 재조(在朝) 일본인으로서, 아오야기만큼 많은 저서를 남긴 인물도 드물다. 최혜주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아오야기의 연구는 당시 식민통치에 필수적이었던 ‘왜곡된 조선관’의 바탕이 됐다. 실제로 번역서와 개인 저서를 합해 발간 부수가 총 57만여 권에 이르렀으며, 그의 책들은 일제강점기 조선에 이주하려는 일본인들에게 안내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가 ‘식민사학’ 성립에 끼쳤을 영향력이 작지 않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최 교수는 “한·일 관계의 현안인 역사 왜곡 문제를 생각할 때, 그 원류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아오야기의 사상적 행적을 좇는다.

아오야기의 왜곡된 조선관의 단적인 예는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에 대한 견해다. 침탈된 국가 주권을 되찾기 위해 봉기한 항일투쟁을 아오야기는 ‘소요’이자 망령된 행동으로 폄하한다. 그는 ‘조선독립소요사론’(1921)에서 3·1 ‘소요’의 원인을 ‘민족성’을 근거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불평과 생활난 때문에 소요를 일으키는 것이 조선 민족에겐 일종의 전통이고, 그로 인해 일어난 3·1운동은 일본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려는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며, 일본의 무단정책에 반발한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또 아오야기는 “병합만이 조선이 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근거로 ‘조선이 멸망한 이유’를 나열한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온 조선은 항상 혼자서는 존립할 수 없고(타율성), 문학, 미술, 공예 가운데 볼 만한 것이 없으며(후진성), 비굴하고 음란하며, 양반 유생이 당쟁에 몰두하고, 이것(당파성)이 조선 전체에 만연해 있다는 것. 따라서 조선은 일본이 아니라도 열강에 병탄될 상태이므로, 병합은 운명이고, 합법이라는 논리다. “한국을 망하게 한 것은 한국으로 일본제국이 아니다.-2500년래의 역사상에 있어서 병합은 곧 합법이다. 일한 민족이 합해서 한 나라가 되고, 한 집안이 돼 장벽을 허물어 대제(大帝)의 인정을 받아 서로 민족심을 버려, 강한 극동의 대제국을 건설하자.”

그는 3·1운동의 주축이 된 학생들을 향해서는 이런 메시지도 전했다. “지금 독립사상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조선인 제군은 과연 조선이 독립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이것을 진정 믿는 자가 있다면 그는 자기의 실력을 모르는 백치다. 일본제국이 조선을 병합한 것은 일본의 실력과 다대한 희생을 치른 결과로 제군이 조선 근세사를 읽어보면 그간 일본이 조선에 대해 취해 온 모든 노력과 진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 의한 근대화’를 내세우는 어떤 이들의 반쪽짜리 역사관과 묘하게 겹쳐진다.

아오야기 연구의 ‘싱크탱크’이자 책 발간의 주축이 된 것은 1910년 병합을 계기로 그가 설립한 ‘조선연구회’였다. 조선연구회는 규장각에서 ‘이조사’를 편찬했고, ‘조선’과 ‘신조선’이라는 잡지도 간행했다고 한다. 조선연구회는 회원제로 운영됐는데 조선과 일본, 만주, 대만에까지 회원이 있었고, 주로 학교와 도서관, 경시청, 신문사, 관공서, 철도회사 등에 분포돼 있었다고 한다. 당시 조선연구회 사무실은 지금의 을지로 부근에 있었다고 하는데, 1930년 화재로 사무실과 아오야기의 저택이 모두 소실된다. 아오야기 역시 이때의 후유증으로 2년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은 아오야기가 조선으로 건너오기까지 어떠한 교육을 통해 사상적 세례를 받았는지, 또 통신원으로 내한해 관료로 생활하며 병합을 추진한 과정도 담고 있다. 조선에 정통한 지식인이자 어용 언론인으로서, 그가 어떻게 총독 정치와 식민통치에 협력했는지를 살피는 것은 식민사학의 성립과정을 톺아봄과 동시에,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이해의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332쪽, 2만 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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