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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24일(日)
이태원클럽과 코인노래방에서 ‘거미’를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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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정지 중인 이태원클럽. 한상균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1명 추가 발생(00동, 00동), 격리·방역·역학조사 완료.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 바랍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오는 안전안내 문자입니다. 역학조사 완료라고 합니다. 확진자 감염경로와 이후 동선을 파악했다는 겁니다. 확진자의 이동경로는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역학(疫學.epidemiology)은 인구집단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입니다.

보건학자 김승섭 교수는 저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1994년 하버드대 낸시 크리거 교수의 논문 ‘역학과 원인의 그물망 : 거미를 본 사람이 있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질병의 원인은 개인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이유도 있다는 겁니다.

제조업 노동자의 금연교육에 산업안전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자 금연율이 높았다는 것을 예로 듭니다. 금연교육만 받은 노동자는 효과가 작았습니다. 유해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굳이 금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완전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일터가 안전하면 노동자의 금연율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아니 금연교육의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흡연을 스트레스의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금연의지는 개인의 역할이고, 작업환경은 회사와 국가의 책임입니다. 그렇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트레스가 많은 유해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금연의지를 꼭 개인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냐는 겁니다.

“흡연은 폐암의 원인이야. 금연해” 하고 끝내면 거미줄만 보고 ‘거미’는 못 보는 겁니다.


김승섭 교수는 다른 저서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나 실업하게 되면 우울 증상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실업하면 우울?’ 당연합니다. ‘뭐 이런 걸 연구해?’ 할 정도입니다. 성별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하니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고용 형태가 변할 경우 여성은 우울 증상 발생 위험이 남성에 비해 높게 나왔습니다. 고용형태가 좋아짐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가사와 육아가 문제였습니다.

“실업은 우울증의 원인이야. 뭐 그런 걸 연구해?”하고 끝내면 ‘거미’는 커녕 거미줄 근처에도 못 가는 겁니다.

이태원클럽발 코로나19가 코인노래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몇 지자체는 코인노래방에도 영업정지를 의미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태원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입국한 사람으로부터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 본부장의 말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S, V, G그룹이 있습니다. 주로 S그룹과 V그룹은 아시아 지역에서, G그룹은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세 그룹 모두 세계 각국에서 발견되기는 합니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 14명의 검체에서는 모두 G그룹이 검출됐습니다.

정 본부장은 “이것(G그룹 검출)만 가지고는 이태원 클럽 코로나19가 어느 나라, 누구를 통해 전염됐는지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관련 분석 자료를 쌓아가면서 분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클럽에 가고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건 개인의 일입니다. 확진 후 역학조사에 무직으로 대답한 인천의 학원 강사의 거짓말도 그렇습니다.

“클럽 가지 마, 거짓말 하지 마” 이렇게 끝나면 ‘거미’를 외면하는 겁니다. 지금은 우왕좌왕할 수 있습니다. 처음 가는 길입니다.

이태원클럽발 코로나19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입국한 사람이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해외 입국 검역 시스템의 문제를 생각해봅니다. 역학조사 거짓말은 조사방법에서 신상공개 두려움이 없었는지 살펴봅니다.

“뭐 그런 걸 연구해?” 이런 말을 들을 수도 있는 클럽과 노래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용자들의 데이터와 통계를 분석하면 뜻밖의 원인과 방법을 찾을지도 모릅니다. 코로나19가 주춤했다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요즘, 이태원클럽과 코인노래방에서 ‘거미’를 보았냐고 묻는 이유입니다.

전 국민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는 나라가 인정한 재난입니다.

재난은 아픔입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꼼꼼하게 ‘거미’를 찾아야 합니다.

아픔이 길이 안 되면 다음엔 꼼짝없이 거미줄에 걸려 있을 테니까요.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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