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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25일(月)
전하 띤 나노입자가 암세포만 공격… 표적항암제 개발 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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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송재우 기자
■ UNIST, 암세포만 죽이는 결정화 원리 규명

리간드 부착한 입자덩어리
산성 띠는 암세포서만 커져
리소좀 막 파괴해 사멸시켜

기존 항암제 정상세포 파괴
선택적 궤멸 효과 불완전해
부작용 없는 새 치료제 기대


나노(nano)입자 덩어리(crystal)로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방법이 나왔다. 나노 운반체에 약물·줄기세포 등을 담아 암 발병부위로 정확하게 나른 다음 표적을 치료하는 방법은 있었으나, 미세한 나노입자 자체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향후 동물실험을 통해 항암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할 예정이다.

과거 1세대 약물 항암제, 2세대 표적 항암제, 3세대 면역 항암제의 진화를 통해 암세포만의 선택적 궤멸을 시도해왔으나 효과는 완전치 못했다. 대부분의 항암 치료제가 정상 세포까지 함께 공격하기 때문에 탈모, 구토 등 부작용으로 환자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연구가 진정한 표적 항암제의 개발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의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 특훈교수연구팀은 산성을 띤 암세포에서 잘 뭉치는 성질을 가진 나노입자가 세포 내에서 점점 커지면서 결국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결정화(結晶化)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3월 16일 자에 게재됐다. 크게 보면 2가지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첫째, 암세포 내부의 산성도(pH)가 일반 세포와 달리 산성(acidic)이라는 점에 착안한 표적 공격이다. 둘째, 세포 내부의 리소좀이 파괴되면 세포도 죽는다는 점을 활용했다. 리소좀은 일종의 ‘재활용 쓰레기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이 망가지면서 안에 있는 쓰레기가 새어 나오면 세포가 죽게 된다 .

연구진은 우선 ‘전하를 띠는 리간드(Ligand)가 표면에 부착된 금속 나노입자’를 설계했다. 단백질 분자 크기의 금(Au) 나노입자 표면에 각각 양전기와 음전기를 띤 꼬리 모양 물질(리간드)을 특정 비율로 붙인 것이다. 이 물질은 산성에서 뭉쳐 점점 더 커지는 특성을 갖는데, 정상 세포와 암세포에 주입하자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됐다. ‘나노입자의 결정화’ 현상을 이용하되, 산성에서만 결정화되는 입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나노입자는 정상 세포와 암세포 속에 모두 있는 리소좀 내부로 침투하는데, 암세포에서만 커져서 리소좀을 망가뜨리고 세포를 죽인다. 같은 물질을 투입해도 암세포는 죽고 정상 세포는 사는 것이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에 비해 세포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아, 리소좀 내부에서 크게 자란 나노입자 덩어리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다. 따라서 입자 덩어리는 점점 커지고, 리소좀 막을 파괴해 결국 세포까지 죽게 된다. 반면 정상 세포에서는 덩어리가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공동교신저자 크리스티아나 칸델-그쥐보프스키 IBS 연구위원은 “암세포 선택성을 극대화하려면 리소좀으로 나노입자들이 잘 운반돼야 하는데, 입자 표면의 양이온과 음이온 비가 8 대 2일 때 덩어리 크기가 적당해 잘 운반됐고, 사멸 효과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양이온과 음이온의 비가 8 대 2일 때 세포 내부의 리소좀으로 금속 나노입자가 잘 운반(세포 내 섭취·endocytosis)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 내 나노입자의 움직임은 ‘암시야현미경’으로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 거대한 나노입자 결정을 품은 암세포의 리소좀 내부에서 세포 성장을 담당하는 신호 단백질(mTORC1)의 작용이 억제되는 현상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은 정상 세포에서 더 활성화된다. 따라서 해당 단백질이 리소좀 벽의 파괴와 암세포 사멸에 영향을 줬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고장 난 암세포의 특징’, 즉 세포 주변이 산성이고 이물질 배출도 어렵다는 점을 역으로 활용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며 “나노입자에 리간드를 붙여 선택적으로 입자의 뭉침을 유도하는 방법은 금속 나노입자뿐 아니라 고분자 나노 기반 입자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나노입자 과학의 관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리소좀(Lysosome) : 세포소기관 중 하나로 작은 주머니 형태를 띠고 있다. 안에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있어 못 쓰게 된 세포소기관을 파괴해 단백질을 재생산하거나, 외부에서 탐식 작용을 통해 먹어 치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외부 물질들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소기관(Cell Organells) : 인체에 여러 기관이 존재하듯, 진핵세포 내부에 존재하며 세포의 여러 가지 기능을 분업으로 하는 구조 단위. 대표적인 예로 리소좀,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등이 있다.

리간드(Ligand) : 배위결합을 통해 중심 원자를 둘러싸고 있는 이온 또는 분자.

암시야현미경(Dark Field Microscopy) : 광선을 옆으로 전환하게 만들고, 대상물을 옆에서 조명해 어두운 배경에 대해 미세구조가 환하게 비치도록 한 현미경. 살아 있는 상태의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mTORC1(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Complex1) : 세포 성장, 세포 생존, 단백질 합성, 유전자 발현 등 세포 내 다양한 생리 현상을 조절하는 중요 인자로 최근에는 수명 연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성장인자와 아미노산 농도에 따라 활성이 조절되는 인산화 효소로 알려져 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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